[99 대입 논술문제]서강대 인문사회계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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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문제 : 다음 제시문은 루쉰 (魯迅) 의 '아Q정전 (阿Q正傳)' 에서 발췌한 것이다.

주인공의 사고와 행동에 드러나는 모순을 기술하고, 이를 통해 인간이 지향해야 할, 역사적 존재로서의 진실한 삶이 어떠한 것인가에 대해 1천4백자 내외로 논술하라.

제시문 : (가) 아Q를 놀리던 사람들은 그에게 일종의 정신적인 승리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뒤로는 그의 노란 변발을 잡아챌 때마다 사람들이 먼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Q, 이건 사람이 짐승을 때리는 거다. 네 입으로 말해 봐, 사람이 짐승을 때린다고!" 아Q는 두 손으로 자신의 변발 밑동을 움켜잡고 머리를 비틀면서 말했다.

"벌레를 때린다, 됐지? 나는 벌레 같은 놈이다…이제 놔 줘!" 벌레가 되었어도 건달들은 놓아주지 않았다. 전과 똑같이 가까운 아무 데나 그의 머리를 대여섯번 소리나게 짓찧었고, 그런 뒤에야 만족해 하며 의기양양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10초도 지나지 않아 아Q도 역시 만족해 하며 의기양양하게 돌아갔다. 그는 자기가 자기 경멸을 잘하는 제일인자라고 생각했다.

'자기 경멸' 이라는 말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은 '제일인자' 이다.

장원 (壯元) 도 '제일인자' 가 아닌가? "네까짓 것들이 뭐가 잘났냐?" 아Q는 이처럼 여러 가지 묘법을 써서 적을 극복한 뒤에는 유쾌하게 술집으로 달려가 술을 몇 잔 마시고, 또 한바탕 시시덕거리고, 유쾌하게 사당으로 돌아와 머리를 거꾸로 처박고 잠이 들었다.

돈이 생기면 그는 야바위노름을 하러 갔다. <중략>

(나) 아Q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몰라도 혁명당은 곧 반역이며 반역은 곧 자기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제껏 '깊이 증오하고 극히 원통' 해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것이 백리 사방에 이름이 높은 거인 (擧人) 어른을 그토록 겁먹게 하였으니, 그는 자기도 모르게 '동경' 을 품게 되었고, 더구나 웨이주앙 사람들의 당황한 표정에 아Q는 더욱 유쾌해졌다.

"혁명도 좋은 거구나" 라고 아Q는 생각했다.

"그 개 같은 놈들을 혁명해 버리자, 혐오스러운 놈들! 가증스러운 놈들!…그래, 나도 혁명당에 항복해야지. " <중략> 그는 득의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큰소리로 떠들었다.

"반역이다! 반역이다!" <중략>

(다) "반역이라? 재미있구나,…하얀 투구에 하얀 갑옷의 혁명당이 온다.

청룡도에 쇠채찍, 폭탄, 총, 삼첨양인도 (三尖兩刃刀) , 구겸창 (鉤鎌槍) 을 들고서 사당 앞을 지나가며 부른다.

'아Q!같이 가세 같이 가!' 그래서 같이 간다…. 그 때가 되면 웨이주앙 사람들은 꼴 좋겠지, 무릎을 꿇고 부르겠지, '아Q, 살려줘!' 누가 들어준대? 제일 먼저 죽여야 하는 건 샤오디와 짜오 노 어른이야, 그리고 수재도, 그리고 가짜 양놈도,…몇 놈이나 남겨둘까?

물건은,…곧장 들어가서 상자를 열면, 원보 (元寶 : 은으로 말굽 모양같이 만든 화폐)에 은화, 옥양목 셔츠,…수재 마누라의 영파 (寧波) 침대부터 사당으로 옮기고…짜오쓰천의 누이동생은 너무 못생겼어. 쪼우치댁의 딸은 젖비린내 나고. 가짜 양놈의 마누라는 변발도 없는 남자랑 잤으니, 흥, 좋은 물건이 아냐!"

아Q는 미처 생각을 매듭짓기도 전에 벌써 코를 골았다.

넉냥짜리 초는 아직 반 치도 채 타지 않았고 붉은 빛이 그의 벌려진 입을 비추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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