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피아니스트 윌리엄 카펠 전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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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 피아니스트 윌리엄 카펠 전집. 9CD (BMG 클래식)

53년 10월 비행기 추락사고로 31세로 요절한 천재 피아니스트 윌리엄 카펠은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금세기 중반 미국이 낳은 최고의 피아니스트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당시 미국 무대를 주름잡던 피아니스트들은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요제프 호프만 등 모두 '외인부대' 출신이었다.

카펠이 미국인 최초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 입상해 유명해진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의 우상이었다는 사실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20대 중반에 RCA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그는 쿠세비츠키의 지휘로 녹음한 하차투리안의 '피아노협주곡' 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또 아론 코플랜드의 '소나타' 도 그가 발굴해 녹음한 작품. 60년 재고가 바닥난 후 거의 40년만에 CD로 선보인 그의 음반은 LP로 발매됐던 음반은 물론이고 인터뷰.리허설.단편 등 미발표 녹음까지 수록했다.

모노 녹음이긴 하지만 카펠의 음악세계를 엿보기에 충분하다. 카펠은 당시 과도한 루바토와 센티멘탈리즘이 난무하는 낭만주의 해석이 지배하던 피아노계에 악보를 충실히 재현하고 뛰어난 건축미와 균형감각을 선보이면서 현대음악 레퍼토리에 도전, 음악계에 충격을 주었다.

뉴욕 태생으로 줄리아드 음대에서 올가 사마로프를 사사한 그는 41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콩쿠르에 우승한 후 하차투리안 협주곡과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 등 현대음악에 뛰어난 해석을 보인다.

바이올리니스트 야사 하이페츠와 녹음한 브람스의 '소나타 제3번' , 첼리스트 에드문트 쿠르츠와 녹음한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 작품19' 등도 수록돼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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