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교포사기범 아시아차 삼킬뻔…성사직전 '불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아시아자동차를 상대로 1억8천만달러 (한화 1천5백억원 상당) 의 수출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브라질 교포 전종진 (全鍾鎭.34.사진) 씨가 이 회사를 통째로 삼키려 했던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8일 서울지검 외사부 (姜忠植부장검사)에 따르면 97년 7월 아시아자동차에 대한 채권단의 부도유예 조치가 내려지자 全씨는 빼돌린 1억8천만달러를 이용, 미국의 세계적 건설회사 벡텔을 앞세워 아시아자동차 인수를 시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 인수 시도 = 全씨는 기아그룹이 자구책의 일환으로 경영상태가 부실한 아시아자동차를 매각하려는 방침을 알고 인수 계획에 착수했다.

그는 아시아자동차 브라질 현지법인 (AMB) 이 발주한 합작공장 건설을 담당한 벡텔측에 "아시아자동차를 공동인수해 아시아의 광주공장 경상용차 생산라인을 브라질로 옮겨 자동차생산과 판매를 AMB가 맡고 투자지분만큼 판매이익을 보장하겠다" 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벡텔측은 이같은 제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지난해 3월 全씨 주선으로 협상 대표단을 서울에 파견, 당시 아시아자동차 고위임원과 면담을 갖는 등 인수가 곧 성사될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일부 언론에 "아시아자동차가 분할매각을 구상하고 있으며 경상용차 부분을 벡텔이 인수할 것" 이란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벡텔이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全씨가 미국 시중은행에 거액을 예치해놓은 점 등에 호감을 가진 벡텔측이 全씨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고 말했다.

◇ 인수 불발 = 全씨는 실무작업을 위해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논현동의 세트상사에 인수팀까지 차려놓고 아시아자동차 기획팀 S과장을 포섭한 뒤 다른 직원을 추가로 스카우트하려 했다.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한 직원은 검찰 조사에서 "全씨측으로부터 인수작업에 동참하라는 권유를 받았으나 아시아자동차에 대한 외상대금으로 인수한다는 계획을 알고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제의를 뿌리쳤다" 고 진술했다.

全씨의 구상은 벡텔측이 사업 타당성 등을 정밀 검토한 뒤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데다 정부가 아시아자동차에 대해 일괄매각 방침을 밝히면서 불발로 끝났다.

◇ 全씨 주변 = 중학교에 다니던 76년 부모와 함께 남미 파라과이로 이민간 全씨는 다시 브라질로 이주해 영주권을 취득했다.

그는 이주 초기 봉제공장.태권도장 등에서 일하며 어렵게 성장했으나 80년대 초 브라질 경기가 몰락하면서 봉제공장을 인수,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현재는 AMB를 비롯해 세트상사.JBP.DMB 등 8개 계열사를 거느린 세트그룹 회장 직함을 갖고 있다.

1백85㎝의 훤칠한 키에 당당한 체격인 그는 벤츠.BMW 등 최고급 승용차와 1등석 항공편만 이용하는 큰 '씀씀이' 로 거물 행세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