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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차 1,500억 사기당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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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기아 계열사인 아시아자동차가 브라질에 수출한 자동차 대금 1억8천만달러를 현지법인 대표인 동포 사업가에게 떼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검 외사부 (姜忠植부장검사) 는 7일 아시아자동차로부터 토픽.타우너 등 경상용차 2만여대를 수입한 뒤 자동차 판매대금 1억8천여만달러 (한화 1천5백30억원 상당) 를 갚지 않은 혐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로 아시아자동차 브라질 현지법인 AMB사 대표 전종진 (全鍾鎭.34) 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미국으로 달아난 아시아자동차 수출담당 이사 李모 (53) 씨 등 임직원들이 全씨의 사기행각에 관련됐을 것으로 보고 임원 10여명을 출국 금지하는 등 수사를 확대 중이다.

◇ 수출사기 = 全씨는 93년부터 브라질내 아시아자동차 독점 수입계약을 맺고 유령회사 BBI사를 통해 중개무역형식으로 자동차를 수입하는 것처럼 꾸민 뒤 96~97년 수입대금 1억8천여만달러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全씨는 이 과정에서 BBI사에 지고 있는 서류상 채무를 또다른 유령회사에 양도하는 방식으로 조작, 아시아자동차가 수출대금으로 받아야 할 채권을 공중분해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국내에 체류 중이던 全씨를 검거했으나 李씨 등은 수사망이 좁혀오자 미국으로 도피했다.

검찰 관계자는 "全씨가 빼돌린 돈 가운데 1억4천만달러 가량이 스위스와 미국의 은행에 분산예치된 것으로 보이지만 全씨가 스스로 이를 찾아 갚지 않을 경우 국내로 들여올 방법이 없다" 고 말했다.

한편 브라질 정부는 아시아와 AMB의 합작공장 건립계획에 따라 관세감면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해왔으나 97년 8월 기공식만 가진 채 공장 건설이 진척이 없는 데다 아시아측이 1억9천만달러의 증자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2억달러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대책 = 기아자동차는 7일 오전 김수중 (金守中) 사장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이번 사건과 관계없이 브라질 현지공장 건립을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브라질 정부 등과 접촉하기 위해 협상팀을 브라질에 급파하기로 했다.

또 사기행각을 벌인 全씨를 상대로 수출대금 반환을 요구할 계획이다.

기아 관계자는 "브라질 시장은 97년에만 아시아자동차가 경상용차를 2만대 이상 수출했고 현대의 경상용차까지 수출할 경우 연간 3만대 이상을 판매할 수 있어 사업성이 충분하다" 고 말했다.

이수호.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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