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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힘]자원봉사단 '사랑의 집짓기운동 연합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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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집없이 떠돌던 설움이란 말로 다 못해요. 내집이 생겼다는 게 아직도 실감나지 않습니다. "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야채상을 하는 현종문 (玄鍾文.44) 씨는 여름이면 비가 새고 겨울엔 찬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보증금 2백만원에 월 20만원짜리 월세집에서 살았다.

고생하는 부인과 두 남매를 생각하면 늘 가슴이 아팠지만 IMF 한파로 건설회사 운전기사에서 해고돼 행상을 시작한 玄씨로선 내집 장만이란 꿈도 꿀 수 없는 얘기. 그러나 玄씨는 지난해 11월 7일 의정부시 외곽에 어엿한 20평짜리 보금자리를 장만해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玄씨에게 내집 장만이란 '기적' 을 이뤄준 곳은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95년 출범한 '사랑의 집짓기운동 연합회' (이사장 鄭根謨) .

세계적 비정부기구 (NGO) 인 국제 해비타트의 한국지부로 출범한 이 단체는 외부에서 토지를 기증받아 설계에서 준공까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집을 지은 뒤 무주택 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다.

해당 지역의 입주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선정된 수혜자들은 보통 1천5백만~2천만원에 이르는 건축원금을 무이자로 15년간 월 8만~9만원씩 분할 상환하며 상환된 돈은 '사랑의 집짓기' 에 다시 사용된다.

또 자립심과 공동체의식을 높이기 위해 본인이나 다른 입주가정의 집짓는 작업에 5백시간 이상 참여해야 한다는 단서도 붙는다.

새 이웃의 보금자리를 지어주느라 요즘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玄씨는 "내가 살 집을 지어주기 위해 묵묵히 땀흘리던 자원봉사자들을 보며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고 말했다.

그동안 '사랑의 집짓기 운동연합회' 는 경기도양주군과 강원도태백시에 모두 23채의 집을 지어 영세민들에게 제공했다.

올해는 사업규모를 대폭 확대, 진주.청주.동두천 등 지역에 30~40채의 집을 지을 예정. 처음엔 수십명에 불과했던 자원봉사자도 해마다 늘어 지난해엔 직장인.대학생 등 1천5백명 이상이 '사랑의 집짓기' 에 참여했다.

의정부에서 매주말 자원봉사자로 집짓는 일을 도왔던 씨티은행 정회승 (鄭會承.36) 부장은 "일반인들도 약간의 요령만 배우면 건축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척 많다" 며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연합회 최영우 (崔榮祐.34) 사무국장은 "사랑의 집짓기운동은 주택 공급을 통해 수혜가정의 자립을 유도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에 참여토록 함으로써 계층간 갈등을 극복해 나가는 게 목표" 라고 말했다.

'사랑의 집짓기운동' 은 세계 60개국으로 확산돼 현재까지 7만채 이상의 사랑의 집이 지어졌다. 연락처는 02 - 2261 - 1060.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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