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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길'은 희망의 길인가…논쟁 뜨거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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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제3의 길' 에 대한 국내 관심은 지난해 가을 런던정치경제대 (LSE) 학장 앤서니 기든스가 방한 (訪韓) 하면서부터 크게 확산됐다.

지난 11월 기든스의 '제3의 길' 이 번역출간되자 매주 7천여권의 판매부수를 기록하는 등 지식인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초기의 기업 엘리트사원.대학 교수.고위 공직자 중심에서 대학생.대학원생 쪽으로 옮겨가는 중. 이 책은 기든스가 자신의 이론을 강령적 형태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반응. 현재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문제를 뛰어넘으면서 낡은 사회주의가 상실한 진보에의 가능성을 새롭게 보여주는 대안적 이념이란 점을 대체로 인정한다.

조희연 교수 (성공회대.사회학) 는 '제3의 길' 붐에 대해 "전통적 좌우 구분이 해체돼 역사인식의 혼돈이 야기되는 시점에서 자기혁신과 개혁의 에너지를 모아가는 '희망의 담론' 으로 떠올랐기 때문" 이라고 진단한다.

사실 서구 사회민주주의자들의 자기혁신적 의미를 내포한 '제3의 길' 프로젝트가 한국사회에선 적실성이 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박순성 교수 (동국대.경제학) 는 " '제3의 길' 은 아직 규명해야 할 많은 문제를 안고 있어 실현가능한 대안이라 단정하기는 이르다" 고 평가한다.

반면 우리 사회에 더 많은 가능성을 지닐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 편협한 냉전적 사고를 넘어서야 할 역사적 필요와 맞물려 '제3의 길' 이 떠오르고 있다는 것. 김동윤 교수 (건국대.불문학) 는 "현재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비판이자 다른 방향의 세계화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고 평가한다.

'제3의 길' 이 화두로 등장하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 이라는 정부의 총노선도 이같은 기획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관련 서적으로는 '제3의 길' (한상진.박찬욱譯, 생각의 나무刊, 8천원, 양장본 1만2천원) 외에 '기든스와의 대화' (21세기북스.8천5백원)가 있다.

기든스의 사상 및 중도좌파의 핵심주장을 기든스와 크리스토퍼 피어슨 (노팅엄대.정치학) 교수의 대담으로 정리한 책이다.

또 제3의 길을 추출하는 근간이 된 기든스의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 (김현옥 옮김.한울.1만2천원) 와 이탈리아 학자 노르베르토 보비오의 '제3의 길은 가능한가 : 좌파냐 우파냐' (새물결.7천원)가 도움이 되며 위르겐 하버마스의 '소통행위이론1' (의암출판.1만4천원) 과 '의사소통의 사회이론' (관악사.6천원) 도 참고할 만하다.

김창호.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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