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1999]활짝 열린 '디지털 경제'

동원산업 강병원 사장은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켜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우선 E메일을 통해 부산.대구 등 국내 35개 영업부로부터 전날의 영업실적과 당일 영업계획 등을 보고받고 지시를 내린다.

이어 인터넷에 접속, 전세계 오대양에 떠있는 60여척의 자사 소속 원양어선들과 교신을 한다.

인공위성을 통해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남태평양의 수온과 수심, 플랑크톤 분포도, 해류.조류상태 등을 분석한 뒤 '어디로 가면 어획고를 많이 올릴 수 있을지' 에 대해 선장들과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이처럼 강사장은 매일 5~6시간을 노트북 컴퓨터를 통해 업무를 처리한다.

외출 때도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부하직원이 직접 문서를 들고 찾아오면 불호령을 내린다.

그는 "사장에 부임한 지난해 2월부터 E메일을 통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시간이 절약되고 업무효율성도 크게 높아졌다" 고 말했다.

국경없는 경제를 표방하는 '디지털 경제시대' 는 기업과 개인생활 각 부문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 급변하는 기업 현장 = 한국타이어 수출물류팀 고원석 대리는 요즘 일이 즐겁다.

종전에는 쿼터를 배정받기 위해 복잡한 서류를 들고 여러 곳을 뛰어다녀야 했으나 이제는 그런 수고가 필요없기 때문. 대신 사무실에 앉아 '타이어물류 전자문서교환 (EDI) 시스템' 을 이용해 문서를 전송하면 업무는 끝.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분 정도.

인터넷 EDI망 '글로넷' 을 가동중인 삼성 관계자는 "종전에는 외부에서 우리 통신망에 접속할 수 없었으나 글로넷을 도입함으로써 거래가 없던 기업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이 높다" 고 말했다.

◇ 수출현장도 달라진다 = 피혁제품 수입업을 하는 김인호씨는 얼마전 PC 3대를 더 구입했다.

관세청이 수출에 이어 수입신고까지 전산화함으로써 PC를 이용해 간단히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기 때문. 그 결과 시간.비용도 크게 절감됐다.

종전에는 수입품이 항구에 들어온 뒤 통관절차를 끝내고 시장에 나오려면 평균 18일이 걸렸으나 요즘은 열흘 이내로 단축됐다.

영상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오리온전기는 신용장 개설업무를 디지털화함으로써 3명의 직원이 꼬박 하루 매달리던 업무를 30분 안에 마칠 수 있게 됐다.

◇ 전자정부의 구현 = 지난해 6월 정보화촉진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작지만 효율적인 전자정부 구현' 을 포함하는 정보화촉진 10대 중점과제를 선정했다.

일단 전자정부의 밑그림을 그린 상태다.

2000년을 목표로 추진되는 전자정부는 우선 민원인 중심의 행정서비스 체제로 대표된다.

이미 주민등록증을 비롯한 각종 서류는 물론 민원업무도 컴퓨터 또는 전화를 통해 처리할 수 있는 종류가 최근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공무원들도 재택 (在宅) 또는 원격 근무하면서 컴퓨터를 통해 결재할 수 있으며 영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해 한자리에 모이지 않고도 부처간 협의를 하게 된다.

◇ 달라지는 기업풍토 = 포항제철의 경우 올 연초 시무식을 겸한 중역회의를 화상으로 했다.

포항이나 광양에 있는 중역들이 굳이 서울까지 오지 않고도 서로 얼굴을 보면서 회의할 수 있어 훨씬 업무 성과가 오른다는 것. 대기업 중역 책상에는 컴퓨터와 전화기, 그리고 간단한 메모지 정도가 전부다.

덕분에 종이 사용량이 크게 줄어 쾌적한 근무환경이 조성되고 있으며 생산성도 부쩍 향상됐다.

또 담당자 외에는 정보접근이 차단돼 회사의 기밀자료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게 됐다.

◇ 일상 생활에도 변화 = 삼성생명 보험설계사 A씨는 손바닥만한 컴퓨터 단말기를 들고 다닌다.

A씨는 "고객을 만나면 즉석에서 라이프 사이클과 이에 따른 소요비용 등을 설계해 주기 때문에 신뢰감을 줄 수 있어 실적이 좋아졌다" 고 말했다.

백화점은 물론 웬만한 편의점 등에도 판매시점관리 (POS) 시스템이 갖춰져 무엇이 얼마나 팔렸고, 재고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바로 알 수 있게 됐다.

이밖에 환경보호에도 전산시스템이 적용돼 훨씬 쉽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민호.유권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