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 “화해·용서가 남편 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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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가 23일 오후 국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조문규 기자]

운구행렬은 충정로와 서대문을 거쳐 서울광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선 노제를 대신해 민주당이 주관한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2만여 명의 추모객이 가슴에 검은색 근조 리본을 달고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남긴 일기를 손에 들었다. 노벨 평화상 수상 당시의 연설 등 고인의 육성 방송, 추모시, 추모공연이 이어졌다.

서울광장에 도착한 이 여사는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여러분의 넘치는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제 남편은 평생을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피나는 고통을 겪었다. 많은 오해를 받으면서도 오로지 인권과 남북의 화해, 협력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평생 추구해온 화해와 용서의 정신,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고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는 행동의 양심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원한다”며 “이것이 남편의 유지”라고 강조했다. 추모객들은 눈물과 박수로 이 여사를 위로했다. “김대중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이희호 여사님 힘내십시오”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운구행렬이 서울광장을 떠나자 추모객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를 다 함께 부르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기리는 뜻으로 함평 나비 518마리가 방생되고 노란 풍선이 하늘을 수놓았다.

서울광장을 떠난 운구 행렬은 고인이 청운의 꿈을 품고 첫 서울땅을 밟았던 서울역 광장에서 잠시 멈췄다. 유족은 이곳에서 잠시 고인을 추억하며 기도를 했다. 시민들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운구 행렬은 용산역과 동작대교를 지나 안장식장인 동작동 국립 현충원을 향했다.

김경진·이정봉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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