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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창업]컴퓨터 현수막제작하는 삼부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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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일 오후 2시 경기도수원시권선구매산로3가 경기도청 옆 상가 1층의 한 사무실. 대형 기계장비 2대와 컴퓨터가 설치된 20평쯤 되는 방안에서 세 남자가 신정 휴일도 잊은채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컴퓨터로 전사지 (轉寫紙)에 새긴 글자를 커팅기로 재단해 천에 붙인뒤 길이 7m짜리 압축기를 통과시켜 완성된 제품은 플래카드. "일터에서 새해를 시작하는 것이 이처럼 행복한 일인 줄 몰랐습니다. "

박상만 (朴相滿.54).노일 (魯一.27).노승 (魯勝.25) 씨 3부자가 컴퓨터 현수막 제작업체인 '동방박사' 를 세운 것은 지난달 2일. 30년동안 전화선을 둘러메고 현장을 뛰어다니며 전화가설 공사를 해온 朴씨.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못했지만 두 아들의 성공을 기대하며 오순도순 가정을 꾸려온 평범한 가장. 그러나 IMF 폭풍은 朴씨의 소박한 꿈을 흔들어 놨다.

수원전화국 서수원분국 전화가설공 朴씨는 지난해 3월 명예퇴직으로 평생 일터를 떠나야 했다.

전문대를 나와 컴퓨터 프로그래밍 일을 하던 큰 아들 노일씨도 일감이 급감해 실직의 위기가 닥쳤다.

수원전문대 전기과 졸업반인 노승씨의 취업전망 역시 불투명했다.

아버지의 얼굴에는 그늘이 짙어지고 자식들의 어깨도 처졌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어느날, 막내 노승씨의 아이디어가 朴씨에게 생기를 불어넣었다.

"아버지, 우리끼리 한번 해보는 게 어때요. 플래카드 제작이 괜찮겠더라구요. 요즘은 그것도 자동화돼 컴퓨터로 해요. 저나 형이나 컴퓨터는 자신있잖아요. 또 발로 뛰는 만큼 성장할 수 있는 사업이구요. " 사업성을 치밀하게 검토한 막내의 제안에 믿음이 간 朴씨는 가족창업을 결심했다.

세 부자는 체인사업체를 통해 기계조작.영업교육을 받는 등 3개월의 준비끝에 朴씨의 퇴직금과 적금 등 7천만원을 자본으로 '동방박사' 간판을 내걸었다.

창업 한달간의 영업실적은 기대이상이었다.

'2백여종의 글꼴, 다양한 색상, 컴퓨터그래픽 삽입' 등 기존 수제품과는 다른 점을 내세워 하루 3~4시간씩 지역내 관공서.기업체 등을 방문, 홍보한 노력으로 수주물량은 총 1백여건. 더 열심히 노력하면 한달에 5백만~6백만원의 수입은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두 아들은 탄탄한 컴퓨터 실력을 바탕으로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포스터 제작 등 사업영역을 확대, '동방박사' 를 팸플릿 전문 광고기획사로 발전시킨다는 청사진도 마련중이다.

'다 함께 땀흘려 IMF 파고를 넘읍시다' . 한 기업체가 주문한 플래카드를 완성해 펼쳐보는 '동방박사' 3부자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그득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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