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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새해 정가]정치부 기자 방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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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기묘 (己卯) 년의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조차 어려운, 말 그대로 '안개정국' 이 될 것 같다.

연초부터 정치권에 파란을 몰고 올 내각제 개헌문제가 언제,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튈지 예측을 불허하기 때문. 우리 사회의 모든 가치와 존재를 결정지을 IMF 체제 2차연도의 경제를 종잡기 어려운 것도 정국 전망을 더 혼란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올해 정국의 최대 화두 (話頭) 인 내각제 개헌문제는 또 정계개편과도 맞물려 있다.

하지만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공조, 야당의 이합집산 가능성 등 그 주요단계 모두가 시계 (視界) 제로 상태다.

당장의 경제청문회 문제도 정국 분위기를 뒤바꿀 소재지만 누구도 전도를 장담못한다.

여기에다 핵과 미사일을 통해 경제위기를 타개해 보려는 북한 김정일 (金正日) 체제 등 안팎 정세는 한결같이 불확실 투성이다.

결국 '격동의 한해' 라는 표현만이 가능할 듯 싶은 지금이다.

정치부 기자 방담을 통해 올해 정국을 조망해 본다.

- 올한해도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극복' 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명제 (命題)가 되겠지요.

- 내각제 개헌문제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경제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시기.방법 등이 달라지고 결과도 전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그런 불가측성 변수가 결정적 요소가 되는 만큼 혼란과 혼선은 더 해질겁니다.

- "대통령 자신도 그때 가봐야 할 것" 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도 시계 제로의 험난한 정국을 말해주는 것이겠지요.

- 지난해의 정치권 발자취를 더듬으면 희미하나마 짐작하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IMF 체제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가 결정적이긴 했습니다만 선거에 의한 첫 여야 정권교체도 정치적으론 그 못지않은 변혁의 중핵으로 기능했습니다.

- 그래요. 사회 전반의 지배구조가 뒤바뀌었습니다. 한때 잘 나가던 구 정권 인사들이 속속 퇴출됐고, 재야인사를 포함한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전면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은 여야 할것없이 리더십 부재로 허덕였고…. 김종필 (金鍾泌) 총리 인준문제로 불붙은 여야 대치는 정치인 사정.북풍.세풍.총풍 등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숨가쁘게 치달았고, 정치혼란은 극에 달했습니다.

- 올 한해는 어떨까요. 이런 것들이 좀 정리될 여지가 있을까요.

- 일단은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은 듯 합니다. 상황이 더 얽히고 설킬 소지가 크다는 것이지요. 하기야 이 모든 게 경제 상황에 달려있겠지만요. - 올해 경제사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을 예고하는 요인들은 허다합니다.

실업자가 2백만명이 되고,가족까지 합하면 1천만명에게 고통이 불어닥칠테니. 어려움이 첩첩이 가로놓여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 청와대와 국민회의의 내각제 논의 유보 주장도 여기서 비롯합니다. 공동 정부라지만 칼자루는 국민회의측이 잡고 있고.

- 최근 국민회의에서 나오는 목소리들이 심상치 않습니다. 동교동계 핵심 인사들은 사석에서 "16대 국회의원 임기는 2년반으로 정해 DJ 임기가 끝날 무렵 다시 총선을 치러 내각제를 하면 된다" 는 '시기조절론' 을 주장합니다.

"내각제 합의는 IMF 특수상황과 무관하게 이뤄진 약속인 만큼 재고해야 한다" 는 주장도 있고요.

- 심지어 사정당국이 내각제 견제를 위해 자민련 의원들의 '뒤' 를 집중적으로 캔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판입니다.

- 자민련이 긴장하는 게 당연하지요.

- 박태준 (朴泰俊) 총재.박준규 (朴浚圭) 국회의장 등 다른 목소리를 내는 세력도 있습니다만 당장 봄부터 내각제 공론화에 매달릴 것 같습니다.

- 결국 DJP 담판이 관건인데요.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상당한 파문이 일 겁니다. 특히 DJP 담판이 깨진다면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미 속으로 빠져들테고.

- 정치 캘린더상으로만 보자면 DJP 담판은 집권 1주년인 2월 25일 전후가 되지 않을까요. 경제청문회 일단락, 정부부처 경영진단에 기초한 개각 등으로 사회분위기를 일신할 때 내각제 문제도 함께 처리하려 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 그렇다고 그때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겁니다. 대통령이 내각제 개헌시기를 명확히 해 레임덕을 자초하지 않을 것이고, JP 역시 '나라 살림은 뒷전' 이라는 비판을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양자간에 개헌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식의 극히 제한적인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크군요. 그러면서 '갈등' 과 '화해' 를 반복하고.

- 내각제에 관한 한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한나라당 거취도 아주 주요한 변수지요.

- 국민회의.자민련간 전투가 시작되면 정계개편을 통한 '세불리기' 경쟁이 본격화될 것입니다. 하반기중 제1당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는 국민회의 핵심들이 꽤 있지요.

- 결국 내각제 개헌은 정계개편과 동전의 앞뒷면처럼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계개편 과정 및 그 결과가 내각제에 영향을 미치고, 내각제 개헌작업이 정계개편을 촉발하는 식의 교호작용을 하게 될 겁니다.

- 본격적인 정계개편은 여권 내부의 내각제 갈등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자민련이 내각제 개헌을 치고나올 때 비주류가 우군이 돼 받쳐주는 '동맹' 논의가 오가고 있습니다.

- 제1여당인 국민회의의 '전국 정당화' 작업도 정계개편의 한 동인 (動因) 이 될 것입니다. 영입을 통한 세 확장과 정파간 제휴를 통한 '큰 그림' 그리기가 병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 한나라당 내부의 분열도 정계개편을 촉발할 수 있는 요인입니다.

- 여권에선 DJP 연대가 상존하면서 한나라당이 사분오열되는 상황을 가장 이상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 TK 신당설도 꾸준히 살아있습니다. 최근 전두환 (全斗煥) 전 대통령의 활발한 움직임이 여권과의 은밀한 교감 아래서 이뤄진다는 관측은 음미해볼 만합니다. 김윤환 (金潤煥) 의원의 움직임도 예사롭지만은 않습니다.

- 이회창 총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지난해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李총재가 제1야당 총재로서 살아남느냐 여부는 정계개편의 모습과도 직결돼 있습니다. 이미 한나라당에선 '2월 모사설 (謀事說)' 이 나오고 있습니다.

- 비주류 연합군과 TK가 함께 李총재를 압박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비주류 쪽에선 李총재를 주저앉힌 뒤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하겠다는 구상을 흘리고 있습니다.

- 하지만 집단지도체제의 실효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내각제.정계개편 등 험난한 정국에서 집단지도체제로 여당에 맞설 수 있겠느냐는 것이지요.

- 정치 일정은 어떻습니까. 그 자체만으로도 변화무쌍할 정국을 예고해주는데요.

- 그중에서도 여권이 이달 8일로 잡아놓은 경제청문회가 우선 주목됩니다.

실시될지가 미지수인데 이뤄진다면 그 파괴력은 어마어마할 겁니다.

- 청문회는 그 자체로도 관심사지만 청문회 이후 정국이 더 흥미로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 집권 1주년인 2월 25일을 전후해서도 정치권의 굴곡과 변화의 폭은 대단할 것입니다. 우선 2월께 나올 정부조직 경영진단 결과는 바로 개각을 통한 제2기 내각구성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각 부처 수술 때 DJP간 각료배분이 1기 내각과 같은 모습일 것인지도 관심거리입니다.

- 5, 6월께 열릴 국민회의와 자민련 전당대회도 주목해봐야 합니다. 국민회의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 체제가 유지될 것인지, 자민련 박태준 총재가 당권을 지킬지 등 모두가 변수들입니다. 어느 경우든 여권은 심하게 요동칠 것입니다.

- 국민회의의 전당대회는 사실상 신당 창당대회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지난 연말 귀국한 권노갑 (權魯甲) 전 부총재의 행동반경도 여권 2인자 그룹내의 질서 개편과 함수관계에 있습니다. 이수성 (李壽成) 전 총리와 이인제 (李仁濟) 전 대통령후보 등의 본격적인 활동도 이 시기에 이뤄질 것으로 보여 중진 할거시대를 예고합니다.

- 남북관계는 어떨까요.

- 올해는 낙관적 요소와 비관적 요소가 상존하고 있습니다.

정부 당국자들은 올해엔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특사교환이나 당국간 회담의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북한 핵문제가 악화되거나 북한의 미사일 재발사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증폭될 여지도 충분합니다.

- 한마디로 복잡하고 어지러운 한해가 될 것이란 얘기군요. 무엇 한가지 또렷하게 내다보기 힘든….

- 여야 모두에 싸움을 하더라도 나라의 장래를 생각해가며 하라는 주문이나 해야 할까 봅니다.

정리 = 이상렬.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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