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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자리에 묻히는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누구보다 치열하게 역사를 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역사 속으로 떠났다.

역사란 무엇인가. 보나파르트 나폴레옹(1769~1821)은 말했다. “역사란 국민이 합의한 과거 사건들에 대한 견해다.” 과거에 대한 합의 없이 미래에 대한 합의를 이룰 수 없다. 미래에 대한 좌표 설정 없이 미래를 향해 전진할 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오늘 만난다. 이들 대통령이 대한민국 역사에서 이룩한 업적과 유산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그 어느 때보다 우리에겐 필요하다.

합의의 결론과 내용은 이미 윤곽이 잡혀 있다. 대통령 이승만은 건국을, 대통령 박정희는 산업화를, 대통령 김대중은 민주화를 달성했다. 세 사람은 개인적·가정사적 불행과 희생을 딛고 대한민국 역사에 굵은 획을 그었다. 그들은 자유와 번영과 평등이 넘치는 나라가 대한민국의 미래가 돼야 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러한 합의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이 있을 수 있다. 국민 내부에 갈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합의를 위해선 갈등을 해소할 대화가 필요하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가 미래에 대하여 대화하는 것이기도하기 때문이다.

이번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로 DJ와 YS 사이에 극적인 화해가 있었고 남북 대화의 실마리가 잡혔다. ‘민주주의 후퇴’를 경고한 DJ와 이명박 대통령 간의 화해도 이룩됐다.

그러나 진정한 화해와 합의를 위해서는 입장이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 얼굴을 붉히는 치열한 대화도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같은 편끼리, ‘같은 편끼리만 통하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은근히 다른 편은 ‘반(反) 대한민국적’‘반민족적’ 이라고 보고 싶어한다. 우리는 오직 같은 ‘대한민국편’일 뿐이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과 데이터에 입각한 뜨거운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

세 대통령의 잘못을 부각시키는 시각 때문에 우리는 그들이 이룩한 역사의 보고에서 보물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이 구사했던 외교술에서 영감을 얻을 수 없고,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 노선이 ‘실용주의적 중도강화론’의 선례가 된다는 점을 깨달을 수 없는 것이다.

세 분 대한민국 대통령이 위대한 유산과 유업도 남겼으나 청산해야 할 과오를 남긴 것도 사실이다. 세 분 대통령의 공과 과에 대해서는 사학자들과 사회과학자들이 철저히 연구해야 할 것이다. 왕조의 역사에는 ‘용비어천가’만 있을지 모르지만 국민의 역사에는 단죄도 있다. 역사는 면죄하는 것이 아니라 단죄한다. 세 분 대통령의 과오를 우리가 청산하지 못한다면 후세가 우리를 단죄할 것이다.

역사라는 거대한 물줄기 속에서 건국·산업화·민주화는 단절적 사건이다. 그러나 국가 발전·산업 발전·민주 발전은 미래로 연결돼야 한다. 이승만·박정희·김대중을 연결해 미래로 이어지는 거대한 산맥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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