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해외파병 놓고 日연정 '해석개헌'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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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세밑 일본 정국에 '해석 개헌' 논란이 한창이다.

해석개헌이란 지난 46년 제정.공포된 현행 평화헌법의 조문을 바꾸지 않으면서 문안에 대한 해석만 달리해 개헌에 버금가는 효과를 거두는 일종의 편법이다.

현행 헌법이 집단적 자위권.군사력보유.교전권 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은 특히 자위대의 활동범위와 관련해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해석개헌을

강행해 왔다.

지난 92년 유엔평화유지활동 (PKO) 참가를 인정키로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의 초점은 지난달 연립정권 구성에 합의한 집권 자민당과 자유당간의 안보정책을 둘러싼 줄다리기. 자유당이 자위대의 해외활동 범위를 넓히기 위해 전쟁포기 등을 담은 헌법 9조에 대한 기존의 정부 견해 (해석) 를 바꿀 것을 요구하자 자민당이 난색을 표시한 데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28일로 예정됐던 두 당의 당수회담은 연기됐고 두 진영에서는 강성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노나카 히로무 (野中廣務) 관방장관은 "자유당이 안보정책과 관련한 헌법 해석 변경을 요구할 경우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고까지 경고했다.

쟁점이 된 헌법 해석은 '유엔군 참가의 경우 목적과 임무가 무력행사를 동반하는 것이라면 자위대의 참가는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는 80년의 정부 국회답변이다.

자민당은 이 헌법해석을 유지하면서 자위대의 다국적군 후방지원 참가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요컨대 다국적군에 참가하더라도 무력행사를 동반하지 않는 의료.수송활동을 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당은 '유엔 결의에 따른 다국적군 참가시 무력행사 등은 유엔의 행동인 만큼 헌법상 금지돼 있는 자위대의 무력행사에 해당되지 않는다' 는 헌법해석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두 당이 기존의 헌법해석을 바꾸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합의한 대로라면 현재 유엔평화유지활동에 국한된 자위대의 활동반경은 훨씬 넓어진다는 점이다.

비록 후방지원이라고 하지만 국제분쟁때 구성되는 다국적군에 자위대가 참가할 수 있는 길이 처음으로 열리게 되기 때문이다.

두 당은 안보정책에 관한 협의회를 별도로 만들어 협상을 계속할 예정이다.

안보정책을 둘러싼 이같은 이견은 연정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지에 대한 힘겨루기의 성격도 띠고 있다.

<일본정부의 헌법관련 해석변화>

▶54년 12월 자위대는 헌법위반이 아님

▶56년 2월 자위를 위한 적 기지공격 가능

▶57년 5월 핵무기 가질 수 있음

▶72년 5월 집단적 자위권 금지

▶90년 2월 유엔군 참가는 허용 안됨

▶91년 9월 유엔평화유지군 (PKF) 참가 가능

도쿄 =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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