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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99 한.일관계]오부치 日총리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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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일본 총리는 지난 28일 본사 일본 총국의 요청으로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설계하는 서면 인터뷰를 했다.

한.일 관계, 대북정책, 일본의 경제.안보정책, 아시아 경제위기 등 다양한 질문에 오부치 총리는 비교적 상세한 입장을 밝혀왔다.

- 지난 10월 '21세기를 향한 파트너십 공동선언' 을 채택한 한.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가 더욱 가까워졌다. 20세기가 끝나기 전 양국이 해결해야 할 현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정상회담때 나온 양국 공동선언과 행동계획을 구체화시킬 생각이다. 양국은 또 지난달 가고시마 (鹿兒島) 각료회담에서 투자협정 체결이 양국 경제관계를 한층 확대.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양국의 경제관계 발전은 21세기를 향한 파트너십 강화로 이어지는 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 "

- 한.일 화합의 상징인 2002년 월드컵 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일본 정부도 가능한 한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공동 개최를 계기로 스포츠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다채로운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

-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초청한 일왕 방한은 언제쯤이 적절하다고 보는가.

"천황 방한은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잘 검토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과 협력해 방한의 환경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 日 포함한 6자회담을

- 일본 정부는 지난 8월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북.일간 전세기 운항 금지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제재 조치를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인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KEDO)에 대한 협력 재개를 빼고는 당시 발표했던 제재 조치를 바꿀 만한 재료가 현재로선 없다고 생각한다. "

- 북한의 미사일 개발.지하 핵시설 의혹에 대한 대처 방안은.

"두 사안은 동북아 지역 안전보장에 매우 큰 문제다. 북한의 전향적인 대응을 끌어내기 위해 한.미 양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생각이다. "

- 총리는 4자회담 당사국인 남북한, 미국.중국 외에 일본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회담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일본은 4자회담의 진전을 지원하고 있다. 내가 제창한 것은 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고려할 때 4자회담 당사국 외에 일본.러시아가 참여하는 6개국 협의를 장래의 과제로 검토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의 일.한 정상회담 등 두차례에 걸쳐 김대중 대통령에게 이같은 뜻을 전달했으며 찬성을 얻은 바 있다. "

- 내년에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가 처음으로 해상에서 재해구난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양국간 군사교류가 어떻게 진전될 것으로 보는가.

"상호신뢰 구축외에 북동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측면에서도 양국의 군사교류 확대 및 강화가 필요하다. 일본 방위청장관.한국 국방장관의 상호 방문을 비롯한 인적 교류 및 방위 실무자간 대화 확대, 함정 상호방문 등 부대 교류를 추진해 나갈 생각이다. "

- 일본 정부는 미.일 방위협력지침 (가이드라인) 개정에 따른 관련 법안을 내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지만 관련 법안의 '주변사태' 범위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변사태는 일본 주변 지역에서 일본의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주는 사태로 어떤 사태가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사태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판단하게 된다. 관련 법안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여러 나라를 위해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대해서는 지난해 9월 새 가이드라인 확정 이후 외무장관 회담 등을 통해 설명해왔다. "

- 총리가 발표한 대대적인 경기부양책 등을 통해 일본 경제가 회복될 경우 아시아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일본 정부는 지난 4월에 확정한 16조엔 규모의 종합 경기대책의 착실한 시행과 일본 금융시스템의 회생에 전력을 기울여왔으며, 지난달에는 내년 경제가 플러스 성장이 되도록 영구 감세를 포함한 20조엔을 넘는 긴급 경제대책을 마련했다.이같은 정책이 아시아 경제의 안정과 번영에도 크게 공헌할 것으로 확신한다. "

-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역내에 국제통화기금 (IMF) 의 한계를 보완하는 아시아통화기금 (AMF) 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AMF를 곧바로 설립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장기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아이디어의 하나로 보고 각국과 의견을 교환해 갈 생각이다. 또 아시아 통화위기의 원인중 하나가 달러에 대한 과도한 의존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는 만큼 엔이 국제적으로 더욱 많이 활용될 수 있는 환경정비를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 기존의 아시아적 경제시스템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향후 일본의 경제시스템을 어떻게 바꿔나갈 계획인가.

"고령화 사회의 도래, 경제의 국제화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는 '21세기를 향한 시책' 으로 첨단전자입국, 안정적인 고용사회의 실현을 위해 선도적인 프로젝트와 생활공간 배증 (倍增) 전략 계획 등을 추진할 것이다. 또 '작은 정부' 와 경쟁형 사회 구축을 위해 행정개혁, 규제완화 추진과 함께 런던.뉴욕에 버금가는 자유롭고도 공정한 금융시스템을 갖추도록 하겠다. "

*** 대중문화 개방 환영

- 한국이 일본 대중문화 개방 방침을 결정하면서 순수 일본 영화인 하나비 (HANA - BI)가 한국에서 개봉됐고 일본인 가수의 한국내 일본어 노래 공연도 이뤄졌다.

"김대중 대통령이 밝힌 일본 대중문화 개방 방침을 구체화하는 첫걸음으로 환영한다. 일.한 양국 민간의 상호이해는 양국의 우호.협력 관계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 마지막으로 총리의 한국관을 말해달라.

"오랫동안 한국과 접해오면서 여러차례 한국을 방문했고 또 일.한 의원연맹에도 참가하면서 정계.경제계 등에서 존경하는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일.한 양국은 긴 교류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한자를 일본에 전한 것으로 알려진 왕인 (王仁) 박사를 비롯해 문예.기술분야의 적지 않은 지도자가 한국 출신이었다. 새해 99년은 일.한 양국이 우호.협력을 한층 넓히는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

도쿄 =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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