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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제금융정보센터 '무디스 아시아평가 부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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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도쿄 = 이철호 특파원] 일본 국제금융정보센터는 28일 미국의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 등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역 (逆)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 센터는 대장성 주도로 일본 시중은행들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신용평가.경제동향 분석기관으로 일본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금융정보센터는 무디스가 5년 전 장기채권에 대해 투기적 등급 (Ba이하) 을 부여한 일본기업 25개사 가운데 현재까지 파산하거나 채무불이행에 들어간 기업은 한 곳도 없다고 밝혔다.

이 센터는 "미국 신용평가기관들은 일본기업의 독특한 기업통치, 구조적으로 낮은 도산가능성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고 지적했다.

센터는 또 무디스가 70년 이후 투기적 등급을 매긴 전세계 기업 가운데 5년내에 채무 불이행에 빠진 기업 비율은 11.4%에 그친 반면 90년을 전후해 투기적 등급을 받은 미국기업의 채무불이행 비율은 20%에 달해 상대적으로 미국기업에 우호적인 판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아시아 통화위기 과정에서 신용평가업체들의 신용등급 조정이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킨 성격이 강하다" 며 "뿌리 깊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구미 금융시장의 관행을 아시아에 그대로 적용하는 바람에 신흥시장 자금 유출입을 불안정화시켰다" 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무디스.S&P, 피치 IBCA, 톰슨 뱅크워치 등 세계 4대 신용평가회사들이 97년 6월말까지 A1이나 AA - 등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하다가 11월부터 갑자기 신용등급 하향조정에 착수, 불과 두달 만에 3회 (무디스.톰슨)~5회 (S&P.IBCA) 나 신용등급을 변경해 투자부적격으로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태국도 지난해 7월 바트화의 평가절하 이후에야 신용등급을 내리는 등 사전 예보기능이 미약했고 단기간에 지나치게 급격히 신용등급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이번 역평가는 무디스가 세계 최대의 채무국 (미국) 은 그대로 두고 최대 채권국 (일본) 의 신용등급을 내린 데 따른 반발이 계기가 됐다.

종신고용제 등 관행을 문제삼아 일본 일류기업들의 등급을 떨어뜨렸다는 불만도 작용했다.

역평가는 무디스 등이 그동안 실시한 신용등급 조정을 추적해 '부실' 을 드러냈다는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신용평가회사들은 더이상 '성역' 이 아니며 이들도 투명성을 높이고 경쟁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등급 하향조정으로 곤욕을 치른 아시아 국가들은 일본의 역평가 작업에 심정적으로 동조하고 있고, 유럽 국가들도 미국의 자의적인 평가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 손잡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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