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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라는 신종 플루 백신 “누구 먼저 …” 각국 고민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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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계 각국이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 백신의 접종 우선순위 선정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신종 플루의 빠른 확산에도 불구하고 백신 절대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임신부와 보모, 생후 6개월~24세 연령층, 만성 질환자, 의료진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미국에선 매년 계절성 독감용 백신 8000만 회분이 소모되고 있다. 그러나 10월 중순까지 신종 플루용 백신 4300만 회분밖에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생과 학부모부터 먼저 백신을 맞히는 게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로이터 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잔 메들록 클렘슨대 교수와 앨리슨 갈바니 예일대 교수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린 논문에서 “학교에서 신종 플루가 만연하면 학생을 통해 학부모에게 옮겨지고 이들이 직장에서 전염시켜 질병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공공보건감독연구소(FIPHS)는 신종 플루 사망자 중 절반이 임신부·비만·당뇨병 환자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선 이를 근거로 임신부와 이들 환자를 중심으로 투약 순위를 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일본은 백신 확보분이 턱없이 부족, 비상이 걸렸다. 일본 인구는 1억2800만 명이나 연말까지 생산 가능한 백신은 1300만~1700만 명분이 고작이다. 계절성 독감 백신의 경우 매년 5000만 명분을 제조하고 있는 데 비해 신종 플루 백신은 바이러스의 증식력이 약해 양산이 힘든 실정이다.

일본 당국은 10월 이후 접종을 시작하되 9월 중 우선 접종 대상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20일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회의에서는 ▶지병이 있는 환자 ▶임신부 ▶영·유아 등에게 우선적으로 접종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일부 전문가는 “지금까지 신종 플루 입원 환자가 가장 많았던 10대 청소년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 앞으로도 최종적인 순위 선정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후생노동상은 “내년 3월까지 5300만 회분의 백신을 준비해야 한다”며 “내년 3월까지 부족분 1500만~2000만 회분을 수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후생노동성은 각급 의료기관이 자체 구입하던 백신을 국가가 일괄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정용환 기자,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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