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자'구청-'가난한 구청' 세금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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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8일 열리는 국회 행자위의 법안심사소위 (위원장 李相洙.국민회의)에선 한판의 세금전쟁이 예고돼 있다.

국민회의측이 의원입법으로 낸 지방세법 개정안을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있는데 여기엔 서울시내 25개 구청장의 '처절한 이해관계' 가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25개 자치구청간 세수형평과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96년 제출된 지방세법 개정안은 지난 2년간 주목받지 못하다가 올해 정권이 바뀌면서 핫이슈로 등장했다.

고건 (高建) 서울시장의 강한 집념과 서울이 지역구인 국민회의 의원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시세 (市稅) 인 담배세와 구세 (區稅) 인 종합토지세를 맞바꾸는 세목 (稅目) 교환이다.

강남.서초.송파.강동.중구 등 5대 '부자 구청' 이 25개구 전체 종토세 4천4백억원의 50%인 2천2백억원을 차지하는 등 구청간의 현저한 세수불균형 상태를 해소하자는 게 목적이다.

실제로 강남구 (8백20억원) 와 도봉구 (58억원) 의 종토세 세수편차는 14대1에 달한다.

담배세의 편차는 2.6대1에 불과해 구세로 전환하더라도 심각한 세수불균형은 피할 수 있다는 것이 국민회의측 입장이다.

국민회의와 서울시측은 강남.서초 등의 발전이 서울시 전체 차원의 도시계획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관련 세금을 서울시가 거두는 게 옳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구청장이 야당 당적인 강남.서초구측은 한나라당에 법안을 폐기시키도록 압박하고 있다.

지역감정과 여야대립에 소지역주의가 담배세와 종토세 '빅딜' 문제에 투영된 형국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강남구측이 재정자립도가 극히 낮은 충남 부여군에 자매결연 제의와 함께 매년 10억원의 재정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김종필 (金鍾泌) 총리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은 김학원 (金學元.자민련) 의원으로서는 야당 구청장의 주장을 무시하기 어렵게 됐다.

金의원은 국민회의 3명.한나라당 3명.자민련 1명으로 구성된 행자위 소위의 자민련측 대표다.

그러자 도봉.중랑.마포구 등 20개 구청장은 지난 24일 2여 (與) 지도부를 찾아 반드시 통과시켜줄 것을 요청했고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 총재는 金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협조토록 지시했다.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金의원의 결정이 주목된다.

한편 강남.서초 등 5대 구청장들은 26일 "조세체제 통일성을 해치는 편법적인 지방세법안이 통과되면 시세 부과징수의 업무중단을 검토하겠다" 는 실력결의까지 하고 나섰다.

여야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까지 참여하는 세금전쟁의 현장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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