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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집단의 최근 형태는 맥도널드 체인점 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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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집단의 최근 형태는 '맥도널드 체인점'과 같다."

이집트의 저명한 테러리즘 전문가 디아 라슈완 카이로대학 교수는 최근 전세계에서 우후죽순 처럼 생겨나는 이슬람 과격단체들을 이렇게 묘사했다. "체인점들은 모회사 매뉴얼대로 운영할 뿐 더이상 본사의 지시를 받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햄버거를 만들때마다 모회사 운영자와 상의하지도 않고 체인점 설립을 위한 자금도 자신들이 마련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최근 이라크와 중동지역에서 새로 등장하는 소위 '알카에다형 조직'들이 사실은 독립된 소규모 테러단체다. 일부는 '알카에다 아랍반도 총국' 처럼 알카에다의 이름을 직접 차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이념을 표방하더라도 이들 테러단체들이 실제로는 알카에다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런던의 '콘트롤 리스크 그룹'의 케빈 로서 박사는 "알카에다는 이제 '조직'이라기 보다는 '운동'이다"고 강조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집요한 추적과 감시로 알카에다는 더이상 중추신경조직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빈 라덴과 아이만 자와히리 등 주요 지도자가 은신해 있는 상황에서 조직을 운영하기는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라슈완 교수는 "체인점을 열때도 모회사와 계약은 커녕 모회사에 신고조차 않는다"며 "최근 이라크에서 등장한 '검은 깃발' 등의 단체는 빈 라덴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맥도날드의 총수' 빈 라덴은 가끔씩 육성 혹은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회사의 이념만 재확인 해줄 뿐"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등장한 단체들은 비록 소규모이지만 더욱 전투적이다. 작은 조직이다 보니 필요한 정보만 입수하면 몇명이 만나 신속하게 작전을 짜고 테러를 감행한다. 더욱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질납치,강도 등 민간인들에 대한 공격도 서슴치 않는다.때로는 작은단체들간의 경쟁이 인질 참수라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만큼 이들 소규모 테러집단을 파악하고 사전에 이들의 행위를 막기는 어렵다는 결론이다.미국이 3년이나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테러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이라크의 유엔사무소 폭파, 올해 마드리드 열차폭탄테러 등 대규모 폭탄테러가 발생하고 있지만 알카에다의 하부조직이라는 얘기만 나올 뿐 아직 주범이 누구인지도 확실히 모르고 있다.

카이로=서정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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