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실업률 4.4%…사상 최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일본 경제가 사상 최악의 침체 늪으로 빨려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 경제난에도 여전히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 일본 = 일본의 11월 실업률이 10월보다 0.1%포인트 악화된 4.4%를 기록, 처음으로 미국의 실업률과 같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일본의 '완전고용 - 저실업률' 신화가 무너지고 유럽이나 미국처럼 고실업 - 저성장 시대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일본 총무청은 25일 "4.4%의 실업률은 조사가 시작된 53년 이후 최악의 수치다.

완전실업자가 2백91만명을 기록해 지난해 11월 대비 63만명이 늘어났다" 고 밝혔다.

유효구인배율 (구인수를 구직자로 나눈 비율) 도 63년 이후 최악인 0.47을 기록, 재취업을 하려 해도 절반 이상이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남녀별 실업률은 남성이 4.5%로 이미 미국보다 높아진 상태며 여성실업률은 4.4%를 기록했다.

실업자 가운데 도산과 해고 등 타의에 의한 실업자가 92만명에 달했고, 특히 조기퇴직으로 물러난 55세 이상의 실업자는 전체의 26%를 차지했다.

고용시장이 악화되면서 "경기가 바닥에 다다랐다" 는 경제기획청의 낙관론이 무색한 상황이다.

노동성의 소야 노리오미 (征矢紀臣) 사무차관은 "불황이 장기화되고 기업의 감량경영이 지금부터 본격화될 전망이어서 당분간 일본의 실업률이 미국보다 높은 고 (高) 실업 사회에 돌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 우려했다.

일본 지지 (時事) 통신은 경기회복이 늦어질 경우 완전실업률이 6%대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마리 아키라 (甘利明) 노동장관은 "단기대책으로 치유하기 힘든 상황이다.

경기부양책에 힘을 쏟고 장기적인 경제구조개혁이 급선무" 라고 밝혔다.

◇ 미국 = 아시아.중남미 경제위기로 주춤했던 미국 경제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의 세차례에 걸친 금리인하 조치가 효과를 발휘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24일 미 상무부는 11월 소득 증가율이 전달에 비해 0.5% 증가해 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 노동부도 이날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가 전주보다 1만3천명 줄어든 28만7천명으로 감소, 17개월만에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고용이 증대되면서 11월 실업률이 4.4%로 감소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 국내총생산 (GDP) 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지출 역시 여전히 강력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해외 경제 침체에 따른 수출 감소 영향을 충분히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무부가 밝힌 11월 개인지출은 0.1% 증가하는데 그쳐 10월의 0.7% 증가에 미달했지만 이상 난동 (暖冬)에 따른 전기 소비 감소를 감안하면 걱정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특히 9~10월의 소비 증가는 지난 여름 제너럴 모터스 (GM) 의 파업으로 자동차 구입이 이 기간에 집중된 데 따른 과잉 지출로 보는 것이 미 경제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11월 소비 동향은 미 소비자들이 능력 이상으로 돈을 쓴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긍정적 조짐이라고 평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9년 월간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지난 10월 - 0.2%의 감소를 나타내 거품론을 유발했던 저축률은 11월에 다시 0.1%가 늘어났다.

이철호 도쿄특파원.김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