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률의 '까치학교' 환경문제 일깨우는 창작동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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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어린 시절 아름다운 우리 동화의 기억을 간직하게 하는 것은 어린이에게 '작은 고향' 을 선사하는 일과 같다.

삭막한 시절 그 기억은 이런저런 일을 겪게 될 그들에게 분명 보이지 않는 힘으로 나타날 수 있기에 말이다.

초등학생을 위한 동화 '까치학교' (시공주니어.5천5백원) 는 어린이들을 위한 책으로는 보기 드물게 문학적 장치가 튼튼한 작품. 게다가 사회성 짙은 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색적인 동화다.

주인공인 강진이네 마을은 맑은 바다를 끼고 뒤로는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곳. 까치가 많아 까치마을이라고도 불린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너도나도 양식장을 만들어 사료를 쏟아붓고 농약을 들이부어 앞바다는 엉망이 된다.

그러자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워진 사람들은 하나둘 마을을 벗어나는데 강진의 소꿉친구 은수네도 떠나고 학교도 문을 닫는다.

뒤늦게야 어른들은 바다를 살리자고 마음을 모았고 고된 노력 끝에 다행히 바다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간다.

이 작품은 동화로서는 다소 무거운 주제인 환경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몇 가지 문학적 장치를 통해 극히 동화적인 방식으로 서술된다.

우선 바다오염이란 주제를 직선적으로 내세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강진이란 인물의 눈과 마음을 통해 얘기한다.

따라서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만큼 담백하고 강압적이지 않아 설득력을 지닌다.

섬세한 상징적 장치들도 돋보인다.

까치를 통해 폐허로 변한 마을이 다시 살아날 것이란 암시, 소꿉친구 은수가 돌아올 것을 미리 일러주는 은수네 노랑이의 귀향 등. 이런 효과들로 인해 '까치학교' 는 '생각하게 한다' 와 '재미있다' 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내고 있다.

작가 박상률씨는 숭의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지도하고 있으며 그림을 그린 한병호씨는 제6회 어린이 문화대상 미술상 수상자로 어린이 책 그림을 그린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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