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승리 1주년 표정]DJ '경제때문에 밤잠 못자'토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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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회의.자민련의 '수평적 정권교체 1주년 기념식' 이 열린 18일 국회 의원회관 행사장은 시종 팽팽한 긴장감이 넘쳐흘렀다.

주최측은 멀티비전을 설치하고 지난해 대선 당시 인기를 끌었던 'DJ와 함께 춤을' 이란 로고송을 틀어 분위기를 고조시키려 했다.

그러나 자축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내각제 개헌 문제를 둘러싼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의 강도높은 발언으로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분위기였다.

○…김종필 총리와 함께 기립박수 속에 입장한 김대중 대통령은 치사 첫머리에서 "참으로 벅차오르는 감격으로 우리의 승리 1년을 여러분과 함께 축하한다" 고 말문을 열었다.

金대통령은 치사 대부분을 정치.경제.외교.사회 등 4대 분야에서의 성과 설명에 할애하며 그간의 치적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金대통령이 치사 끝부분에서 내각제 문제를 꺼내자 양당 참석자들은 자세를 바로 하고 귀를 기울였다.

金대통령은 "이 김대중이는…" 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먼저 친구의 신의를 저버린 적이 없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金총리는 "조금 각도를 달리해 몇마디 하겠다" 면서 "공동정권의 도덕적 기반은 신의" 라고 쐐기를 박았다.

金총리는 역대 정권이 불행하게 된 원인을 "순리를 저버리고 과욕을 부렸기 때문" 이라고 국민회의쪽을 겨냥했다.

金총리는 '내각제' 라는 용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金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에서 거부하는 특유의 간접화법을 사용했다.

행사 말미에 꽃다발은 받은 金대통령과 金총리.자민련 박태준 (朴泰俊) 총재 등 DJT 3인이 맞잡은 손을 번쩍 들어 인사하기로 돼있었으나 이를 생략한 채 곧바로 퇴장,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조세형 (趙世衡)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과 박태준 자민련 총재는 이날 교원정년 문제에 대한 이견을 조정하기 위해 긴급 조찬회동을 가졌다.

회동 후 정동영 (鄭東泳) 국민회의 대변인은 "원만히 처리키로 합의했다" 고 짤막하게 발표했다.

자민련 교육위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배려인 듯했다.

趙대행은 이어 국민회의 교육위원들을 만나 '교원정년 62세' 방침을 거듭 다짐했다.

이어 국민회의 한화갑 (韓和甲) 원내총무가 양당 교육위원들을 오찬에 초청, 양당 단일안 도출을 설득했다.

하지만 이날도 양당은 합의에 실패했고, 양당 정책위의장들에게 단일안 마련을 떠넘겨버렸다.

양당 지도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원정년에 대한 양당간 차이는 마치 내각제 추진 시점에 대한 해석처럼 좀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남정호.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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