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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0돌 '여성신문']계몽에서 생활밀착형 변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88년 10월28일자 '여성신문' 창간 준비호 1면. '여성정치 역량과 13대 국회' 가 특집기사로 실렸다.

그리고 중앙에는 윤석남 화백의 그림이 큼지막하게 보인다.

같은 해 12월2일 창간호 표지. '한국경제현실과 여성문제' 가 특집이다.

마치 박사논문 같은 인상. '한국여성운동의 깊이와 넓이' (6호) , '여성정치진출 무대, 지방자치제' (8호) 등 학구적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로부터 10년 후. 10월2일자 (4백94호) 1면 톱 제목은 "내일 죽더라도 난 오늘 이혼하고 싶다" .90세 할아버지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기각당한 70세 할머니를 다루고 있다.

12월18일자 (5백5호) 제목은 '영계 찾는 매매춘문화 썩 물러가라' .남성이 변해야 저질 성문화가 없어진다고 주장한다.

얼굴이 한 개인의 인생역정을 보여주듯 신문 1면은 한 사회의 자화상을 웅변으로 드러낸다.

최근 창간 10년, 지령 5백호를 돌파한 주간지 '여성신문' 의 1면은 특히 그렇다.

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격동의 10년을 여성의 시각으로 보여주기 때문. 여성이라는 잣대로 우리 사회의 변천을 훑어본다는 의미가 있다.

창간 초기에는 '계몽적' '전투적'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척박한 여성현실의 타개가 주목적이었다.

기사의 축도 정치.경제 등의 성차별 문제. 고상하고 품위있는 구성으로 여성의 이성에 호소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뜻' 이 높은 만큼 '장벽' 도 높았다.

판매.영업에서 '적신호' 가 켜진 것이다.

커져만 가는 적자에 과감한 '변신' 을 시도했다.

다소 선정적인 제목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잡으려는 고달픈 행보였다.

'노예시장 같은 미인대회를 차버리자' (22호) , '강간경찰 증거조작 속속 드러나' (25호) 등 폭로.고발 기사가 자주 실렸다.

편집 변화도 두드러졌다.

초반의 차분한 활자 제목 대신 원색으로 치장한 컷이 유행했다.

과장하면 스포츠신문을 보는 듯한 느낌. 얼룩덜룩한 제목이 가로세로로 어지럽게 춤을 췄다.

대략 90년대 중반까지 상황이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지요." 김효선 편집부장의 말이다.

다시 안정되기 시작한 것은 96년부터다.

광고가 늘고 경영이 제자리를 찾으며 생활 밀착형 신문으로 변모했다.

엘리트 대상 신문에서 대중을 향한 신문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취업.인권.환경.보건.문화 등이 주로 올랐다.

기사 접근방식도 거대한 이론보다 일상의 구체적 문제로 옮아갔다.

1면 하단을 가로지르는 광고가 처음 게재된 때도 지난해 초. 그만큼 여성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심이 커졌다는 증거다.

현재 독자는 10만명선. 이계경 대표는 "일반 사회문제를 두루 포괄하겠다" 고 말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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