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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의 도시…' 기획.자문맡은 조철수.안성림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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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이스라엘의 고대 비석에서 '다윗왕' 이라는 이름이 발견되고, 3천년쯤 전의 메소포타미아 문서에 엄청난 홍수 (노아의 홍수) 얘기가 나올 때마다 고고학자들은 흥분을 금치 못한다.

구약성서의 구절들이 사실로 확인된 순간들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예 구약성서에 나타난 역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도 많다.

이들은 주로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그리고 이스라엘에서 발견되는 옛 기록을 해독해 성서의 내용과 비교한다.

연구 대상인 고대의 기록들은 암호같은 옛 문자로 쓰였다.

당연히 극소수 전문가들만이 해독할 수 있다.

그 빼어난 전문가들 중에도 최고로 인정받는 한국인이 있다.

조철수 (48) 박사와 안성림 (41) 씨 부부. 마치 영화 '스타게이트' 의 주인공처럼 남들은 한참을 걸려서도 제대로 못 풀어내는 고대의 기록을 척척 읽어낸다.

조박사는 메소포타미아지역의 고대 문명인 수메르 (기원전 3500년~2000년) 언어에 관한한 세계 최고의 권위자다.

대영박물관을 비롯해 전세계 박물관이 가진 수메르 문자기록을 거의 다 해독했다는 조박사는 내년에 세계 최대의 수메르어 사전을 CD롬으로 내놓을 계획도 갖고 있다.

부인 안씨는 이스라엘의 박물관에서 유물 감정을 의뢰할 정도로 이스라엘 고대사에 관한 전문가.

조박사는 지금 이스라엘 히브리대와 한국을 오가며 고대 수메르어와 히브리어 등의 강의를 하고 안씨는 이스라엘에서 이 박물관 저 박물관의 상담역으로 일한다.

지금 그들은 한국에 있다.

중앙일보 주최로 29일부터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다윗의 도시와 성서의 세계' 전시회 자문을 위해서다.

'다윗의 도시…' 전은 구약의 내용을 증명해주는 각종 유물들을 이스라엘에서 직접 가져와 여는 것. 사실 전시회 아이디어를 처음 낸 사람이 바로 조박사 부부다.

"종교적인 측면을 떠나 성서가 고대 근동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한 문헌이라는 차원에서 이해하는 것도 흥미와 의미를 더불어 갖춘 일 아닐까요. " 전시회를 왜 열고자 했는지 설명하는 안씨의 말이다. 그렇게 아이디어를 세우고는 국내 주최 기관을 물색하다 중앙일보와 접촉하게 된 것이다.

전시회에 어떤 유물을 내놓을지도 모두 안씨가 정했다.

4백50여 점의 유물을 빌어오기 위해 소장 기관인 이스라엘 유물관리청및 히브리대를 설득한 것도 조박사 부부였다.

그러니 그들이 아니었다면 '다윗의 도시…' 전시회가 한국에서 열릴 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두사람은 국내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구약에 빠지다보니 자연스레 이스라엘과 인근의 고대사에 빨려들었다" 는 게 두사람의 공통된 이야기. 결국 두사람 다 구약의 고향인 이스라엘 예루살렘을 찾아 공부와 연구를 했고 그곳에서 88년 만나 결혼하게 됐다.

일반인들에게는 신비감을 주는 고대 역사에 빠진 두사람. 하지만 이스라엘에 두고 온 아이들 생각에 "한국에서 일 빨리 끝내고 가야겠다" 고 말하는, 평범한 부모였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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