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너머로 배운 파이프오르간 연주 전국 경연대회 1위 오른 산골 여고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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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충북 옥천의 한 산골 여고생이 어깨너머로 배운 파이프오르간 연주실력으로 전국 경연대회 1위에 올라 화제다.

주인공은 12일 한국음악협회가 주최한 제3회 전국 파이프오르간 경연대회에서 고등부 1위에 오른 곽지애(19·옥천고교 3년·사진)양.

옥천군 이원면 산골 출신인 곽양은 7살 나던 해 동네 성당에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 3년 만에 동아음악콩쿠르 초등부 최우수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변변한 레슨 한번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룩한 쾌거여서 주변서는 ‘피아노 신동이 나왔다’고 호들갑을 떨 정도였다.

그 무렵 중고 오르간 1대를 기증받은 성당 측은 그녀에게 미사반주를 부탁했고 신바람이 난 그녀는 대전과 청주의 큰 성당을 오가며 오르간 연주를 배웠다.

레슨이라기보다는 간단한 미사용 반주를 배우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건반만 두드리는 피아노에 비해 두 손과 두 발을 모두 사용하면서 웅장한 소리를 내는 파이프오르간 매력에 점차 빠져든 그녀는 청주의 한 성당이 운영한 ‘오르간아카데미’에 등록하면서 정식으로 오르가니스트의 길에 접어들었다.

매주 1차례 청주를 오가며 아카데미 수업을 듣고 늦은 밤까지 동네 성당에 혼자 남아 연습하는 식으로 오르간 삼매경에 빠졌던 그녀지만 고교 진학 후에는 대학입시를 위해 2년간 연습을 중단하고 학업에 매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몸속에 꿈틀대는 열정을 주체하지 못한 그녀는 3학년이 되면서 다시 오르간 앞에 섰고 불과 몇 달 만에 전국 경연대회 1위와 서울 장신대학 전국학생음악콩쿠르 3위를 차지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곽양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해 오르가니스트면서 교수의 꿈을 키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요즘 예술대학 실기 평가를 대비하기 위해 옥천고교 음악담당 최은희(39·여) 교사 등의 알선으로 서울 모 대학 교수를 만나 처음 으로 개인레슨을 받고 있다.

박 교사는 “집안 형편 때문에 음악하기가 어렵다’는 곽양을 설득해 다시 건반 앞에 앉게 했다”며 “워낙 재능을 타고난 학생이어서 훌륭한 오르가니스트가 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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