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베이징에세이]“연하장 보내지 맙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연말을 맞아 중국에서도 평소 신세진 사람이나 친지.연인끼리 카드 주고받기가 성행하고 있다.

워낙 땅덩어리가 넓은지라 북쪽 만주지방의 주민이 남쪽 광둥 (廣東) 성으로 카드를 발송하면 도착까지 보통 1주일가량 걸리므로 자연히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선입관과 달리 중국에서도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크리스마스 카드가 꽤 많이 오고 간다.

신년축하 카드는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말 베이징 (北京) 시민들이 보낸 카드는 약 3천만장으로 집계됐다.

중국 전체로는 수억장 규모다.

그러나 올해 중국의 세밑 풍경에는 '푸른 숲을 위해 카드를 보내지 말자' 는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달 19일 베이징의 초.중 10개교가 환경보호 운동의 일환으로 시작한 카드 안보내기 운동은 각계에서 예상밖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면서 중국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중국 환경보호기금회는 물론 전국여성연합회.전국노동자총회.공산주의청년동맹단 (共靑團) 과 베이징.칭화 (淸華).런민 (人民) 대학 등 각 기관들도 어린 학생들에 자극받아 대대적인 동조 캠페인에 나섰다.

카드 한장의 무게는 약 10g.10만장이면 1t이다.

카드 10만장을 만들려면 5.5㎥의 목재가 필요하다.

4천장의 카드를 만들기 위해 커다란 나무 한그루를 베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베이징 시민은 7천5백그루 나무를 성탄과 신년카드로 썼다.

게다가 1t의 용지를 생산하는데 무려 3백t의 폐수가 발생한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카드 안보내기 운동에는 수십년에 걸친 남벌이 지난 여름 대홍수때 엄청난 재앙으로 되돌아온 속사정도 작용했다.

중국언론들은 '카드 4천장 = 나무 1그루' 란 공식까지 소개하면서 앞으로는 종이카드 대신 인터넷을 이용, 전자카드를 보내자고 권유하고 있다.

유상철 베이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