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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문화계 송년 브리핑]가요계…여자가수들 강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올 한해 가요계는 '꿀' 과 '독' 으로 집약된다.

박진영의 '허니' 와 엄정화의 '포이즌' 에서 보듯 언젠가 들어본 듯한 복고풍의 가벼운 댄스팝이 판을 주도했다.

IMF란 악령을 만난 가요계의 생존전략이었다.

업계의 흥행안전주의와 소비자들의 구매심리 위축이 합세해 록.포크등 본격음악 장르는 몰락하다시피했고 실험정신마저 실종됐다.

댄스스타들 음반은 여전히 잘 팔렸지만 신인은 명함도 못내미는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현상이 심각했다.

이 와중에 가요계의 희망은 서태지의 '20억원 짜리' 컴백음반이었다.

1백% 록으로 채워진 이 음반은 방송의 외면에도 불구, 열성팬들의 집중구매로 성공했다.

그러나 서태지 음반의 성공은 그 개인의 인기를 확인시켰을 뿐 록 장르의 활성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올해 흥행순위 40위안에 든 본격 록 음반은 자우림 하나 뿐이다.

◇ 성인가요의 선전 = 김종환의 2년 연속 빅히트는 성인음악의 존재를 확인시켰다.

창법.가사가 진부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가요계에서 변방으로 치부돼온 주부층의 강한 구매력을 입증시켰다.

그러나 성인남성은 음반시장에 관한한 여전히 이방인임도 확인됐다.

그밖에 10대부터 30대까지 팬층이 걸쳐있는 김건모.신승훈이 이름값을 했고 이현우는 고급스런 샘플링송으로 성인가요의 질적 고양에 이바지했다.

◇ 여가수 바람 = 정초 S.E.S가 히트하면서 여풍 (女風) 이 시작됐다.

핑클.디바등 그룹세와 김현정.엄정화.박정현 등 솔로세가 번갈아 히트. 태풍을 형성했다.

김현정.엄정화는 노래와 육체의 '동시 패션' 으로 히트했고 박정현은 토니 브랙스톤같은 가창력으로 돋보였다.

◇ 편집음반 붐 = 가요에서도 마침내 팝을 따라 옛 히트곡 모음집이 출현한 한 해였다.

'명작' '베스트 오브 베스트' 등 대부분은 단순 히트곡 나열에 그쳤으나 '구자형이 뽑은 위대한 한국가요 100' 같은 주제의식이 분명한 수작도 나왔다.

◇ 역시 댄스, 아니면 발라드 = 가요계 주류상품은 올해도 역시 댄스, 그 다음 발라드였다.

H.O.T.터보.쿨.유승준등 데뷔1~3년급 스타들이 여전히 강세를 모았다.

그러나 신인은 S.E.S.핑클외엔 성공 케이스가 없어 주머니가 얇아진 10대들이 스타들 음반만 집중구매하고있음을 보여주었다.

발라드 역시 김동률.김정민.김민종등 전부터 인기있던 '오빠' 들이 성공을 누렸다.

신인스타는 수천만원짜리 뮤직비디오를 들고나온 조성모 정도. 반면 윤도현밴드.신성우.강산에등 로커는 하나같이 저조한 흥행으로 고전했으며 안치환 등 포커들도 마찬가지였다.

◇ 유통대란 = 음반도매상들이 정초에 일제히 부도를 냈다.

또 가요계에 2백억원 가량을 투자해온 삼성영상사업단도 사업을 정리함에 따라 음반업계는 심각한 자금난과 거품 후유증에 시달리고있다.

거대 음반직배사 유니버설과 폴리그램의 합병도 지각변동 요소. 해서 내년 가요계 기상도는 시계 제로다.

다만 더 좋아질리는 만무하다는 점만은 예측 가능.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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