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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반도체·항공기등 빅딜 다시 제갈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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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산넘어 산' . 반도체 빅딜을 둘러싼 진통이 타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다시 항공기.발전설비.선박엔진 등 3대 업종에 대한 업계 계획서가 채권단에 의해 사실상 반려됨에 따라 이들 업종의 구조조정이 원점으로 되돌려지게 됐다. 이에 따라 오는 16일로 예정된 5대 그룹과 주채권 은행단의 재무구조개선 약정안 체결도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 반도체 = LG반도체.현대전자가 겉으론 "통합에 최선을 다한다"고 밝히지만 양사 모두 빅딜 무산을 전제로 한 '독자 생존'과 '책임 회피' 를 위한 배수진 치기에 들어간 상태다.

LG는 최근 비밀리에 미국의 인텔과 케이트웨이사를 대상으로 각각 2억달러.5억달러의 외자유치 협상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채비율을 2백% 아래로 낮추기 위해 서울대치동 LG영동 빌딩을 내놓고 대전4공단의 7만평짜리 공장도 처분할 계획이다. 최후의 카드로 1메가.4메가 유휴설비도 일본.동남아에 판다는 전략까지 세워놓고 있다.

단일 경영주체 선정에 LG보다 다소 적극적이지만 현대 역시 독자경영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현대는 현재 부채가 11조원에 달하지만 비메모리 반도체 자회사인 심비오스를 매각, 12억6천만달러를 확보한데다 하드디스크 업체인 넥스터를 미 증시에 상장, 3억4천만달러를 추가 확보했기 때문에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의 시펙 등 반도체 조립공장도 약 10억달러에 팔고 외자유치도 추진하는 등 발걸음을 늦추지 않고 있다.

◇ 항공 = 삼성항공.대우중공업.현대우주항공 등은 '선 외자유치, 후 부채 출자전환'이란 당국의 방침에 '통합에 재를 뿌리는 격'이라며 크게 반발하면서도 뚜렷한 대책이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

업계에선 ▶단일법인 출범을 외자유치 이후로 미루든가 ▶모기업이 출자를 늘려 부채비율을 2백% 이하로 낮추는 등의 양자택일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두가지 모두 실현가능성이 희박한데다 유일한 해결책인 '방위산업 물량확보'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사실상 연내 통합은 어렵다는 것이 재계 분석.

◇ 발전설비.선박용엔진 = 한국중공업이 현대.삼성의 사업을 인수키로 한 이들 업종의 통합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조정위는 통합주체인 한중이 자산.부채 이전방식 (P&A)으로 삼성.현대의 사업을 받아오기로 했기 때문에 한중이 한일.외환은행에 각각 요구한 7천억원 지원에 대한 거부 의사를 확실히 했다.

이에 대해 한중은 금융지원이 없는 한 통합은 무의미하다는 입장. 한중 관계자는 "7천억원은 삼성.현대가 사업부문을 넘기는 대가로 요구하는 금액" 이라면서 과잉 설비를 떠안으며 손해보는 장사는 하지않겠다는 입장이다.

◇ 정부.채권단 입장 = 금감위는 반도체 통합이 불발에 그칠 경우 책임이 있는 그룹에 대한 은행의 여신중단.회수에 나서도록 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다만 발전설비.선박용 엔진은 사업구조조정위가 자체 판단에 따라 거부한 것이므로 해당 업체들이 다시 수정안을 내면 개별 협의를 통해 새로운 빅딜 추진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시래.정경민.표재용.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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