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 김영돈씨,이웃돕기 6년 복지부서 감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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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노래하는 노신사, 춤추는 노숙녀…. 배우고 봉사하면 주름살이 펴진다.

흰머리가 검어진다…. "

4일 오전 10시 서울노원구중계동 평화사회복지관 내 노인대학. '노인학생' 2백여명이 '멋쟁이 노익장' 노래를 흥겹게 부르고 있다.

이 노래의 선창.지휘자는 2급 장애인 (소아마비) 으로 국가 보조없이는 살아가기 어려워 90년부터 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된 김영돈 (金永敦.45.서울노원구중계동) 씨. 그는 하루종일 반평도 안되는 공간에서 26년째 시계를 고치고 도장을 새기며 살아가지만 행복한 사람이다.

93년부터 지금까지 길음종합복지관 등 3개 복지관 노인대학의 '음악교수님' 이자 불우 어린이들의 숨은 후원자로 작은 것이라도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金씨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아들처럼 여겨 행여 수업을 거르면 어디가 아프지나 않은지 걱정해 빠질 수 없다" 고 말했다.

金씨는 또 4년 전 장애인들을 중심으로 봉사모임인 일심회를 만들어 정신박약아.자폐아 시설인 경기도 양평 '은혜의 집' 을 후원해 오고 있다.

그는 일터가 있는 상가에서도 한때 유별난 사람으로 통했다.

상가의 제과점.음식점 등을 찾아다니며 그날 팔고 남은 빵.음식 등을 얻어다 고아원.양로원에 가져다 주자고 설득했기 때문. 처음에는 이상한 눈으로 보던 상가 사람들이 이제는 적극적 후원자가 됐다고 金씨는 고마워한다.

金씨는 현재 17평 영세민 아파트에서 부모를 모시고 부인 지정희 (智貞姬.40) 씨,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0일 金씨와 탤런트 김혜자씨 등 이웃사랑을 실천한 30명을 정부 과천청사로 초청해 감사장을 수여하고 천안 '망향의 동산' 에 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패찰이 붙은 감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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