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위상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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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권법 제정 작업의 최대 장애물이었던 인권위원회 위상 문제가 9일 최종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당초 세계인권의 날 (10일)에 즈음해 공포하려던 인권법 제정안 확정이 늦어진 것은 "인권위를 독립된 특수법인으로 만들자" 는 법무부 주장과 "국가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는 국민회의 주장이 팽팽해 해결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

그러나 이날 오전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 주재로 국민회의.자민련 당직자들과 박상천 (朴相千) 법무부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간담회에서 분명한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인권위를 국가기구로 하는 것은 명분과 달리 현실적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朴장관은 "국가기구에 의한 인권침해 조사를 주업무로 하는 인권위를 국가기구로 하면 지나치게 권력이 비대해진다.

그 경우 인권위의 권한 남용은 누가 감시하느냐" 고 주장해 왔다.

그는 또 국가기구로 규정한 인도네시아는 인권위가 오히려 권력에 예속돼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사례를 타산지석 (他山之石) 으로 삼자고 밝혔었다.

법무부 관계자들은 또 "검찰과 경찰.안기부 등 수사기관들이 미국과 일본에서는 각각 법무부.법무성 안에 인권국을 둔 것을 들어 '구태여 인권위를 따로 만들 필요가 있느냐' 며 반대하는 것을 朴장관이 뿌리쳤는 데도 거꾸로 국민회의와 시민단체로부터 반개혁적 인물로 비난받고 있다" 며 비난 여론에 정면대응하고 나섰다.

법무부는 또 현실적 근거로 "인권위를 국가기구화할 경우 장관급 (인권위원장) 1명.차관급 (인권위원) 9명 등 고위직을 포함, 5백명 이상의 국가공무원을 둬야 한다" 고 반박하고 있다.

결국 법무부 입장은 "인권을 보호하고 침해를 막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임무인데, 다만 정부의 손길이 미처 닿지 않는 일이나 수사기관에 의한 인권침해의 구제 등 '틈새' 기능을 민간기구인 인권위에 맡겨 보완하자" 는 것으로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고 있다는 평이다.

반면 국민회의와 시민단체는 "우리나라처럼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가 상존하는 현실에서는 실질적 권한을 갖는 국가인권위가 적극적으로 나서 침해행위를 구제할 수밖에 없다 "는 논리를 펴고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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