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광]관광객 줄어 관광단지등 개발사업 흔들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라는 국가적 위기상황에 제주관광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감귤산업과 더불어 관광산업은 제주의 젖줄이 돼 온 생명산업. 하지만 IMF체제 1년이 지난 지금 제주도는 한마디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위기에 직면한 제주관광의 실태와 원인, 나갈 방향을 3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지난해 11월 27일 제주도관광협회 회의실에는 도내 여행사.운송업체 등 제주관광을 이끌어 온 업종별 대표 11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외환위기가 가속화되면서 신혼여행객이 늘어나는 기현상이 화두였지만 이들은 유쾌한 얼굴이라기 보다 오히려 비장감이 감도는 분위기였다.

장기적으로 제주관광 역시 타격을 입을 게 뻔하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날 부조리배척.친절서약 등 늘 꺼내온 고질적인 제주관광의 병폐 근절을 위한 결의 이상을 내놓을 수 없었다.

그로부터 1년 뒤. 당시의 위기감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들어 이달 5일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3백6만4천여 명.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꼭 1백6만4천1백여 명이 줄었다.

4백36만여명이 다녀간 지난해 말 관광객총수와 비교하면 천양지차인 셈으로 이대로 가면 올 관광객은 7년 전인 91년 관광객 총수를 겨우 채울 조짐이다.

매년 증가일로이던 관광객 수이기에 그만큼 충격도 크다.

지난 4월 정부가 발표한 제주지역에 대한 중국인 무사증 허용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관광객 (18만4천4백여명) 보다 다소 늘어난 21만2천여명의 외국인이 제주를 찾았지만 정작 무사증입국의 형식을 빌어 제주를 찾은 중국인은 단 한명도 없다.

무사증입국에 따른 중국정부의 후속조치도 없고 중국과 제주를 연결하는 항공노선도 하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위기 상황은 지난 96년 제주도가 21세기 제주관광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제주도종합개발계획에서 정한 3개 관광단지.20개 관광지구 개발사업도 흔들리게 만들고 있다.

정부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남제주군 성산포해양관광단지 사업자로 나섰던 한국토지공사가 지난달 사업포기의사를 밝혔고 표선민속단지 개발사업에 참여키로 했던 한진그룹 계열의 ㈜태일통상도 최근 사업포기서를 제주도에 제출했다.

중문관광단지 동부지구 개발사업에 참여키로 했던 LG.현대등 기업도 속속 투자의사를 접고 있다.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사실상 투자여력이 없다는 게 이유. 송악산관광지구 개발사업자인 ㈜갑을개발은 법정관리에 들어가 개발사업 자체가 불투명하고 함덕관광지구 역시 지정사업자의 자금난으로 공사 자체가 중단된데다 세화.송당지구등 5개 관광지구는 여태껏 사업지정자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업계의 불황 역시 극심할 수밖에 없다.

올 한 해 동안 도내 여행사 35곳이 문을 닫았고 일부 렌터카업체들 역시 부도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엔 금강산관광이라는 새 관광상품마저 선보여 제주관광은 더욱 힘을 잃어가고 있다.

한마디로 총체적 위기에 놓인 셈이다.

제주 = 양성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