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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그룹 생존전략]밑그림 완성…수술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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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우여곡절 끝에 구조조정 원칙에 대한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재계가 향후 실천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대.삼성 등 5대 그룹은 주력업종 중심의 그룹 구도 재편과 비주력 계열사 분리, 재무구조 개선 등의 작업을 위한 대책 마련에 이미 착수했거나 곧바로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는 상당수 비주력 계열사의 정리가 불가피해 각 그룹은 해당 기업의 반발과 실업자 양산 등을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조치에 이어 이동통신.철강.케이블TV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재계의 격변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재계는 "생존을 위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이제부터 시작" 이라며 "구조조정의 밑그림이 그려진 이상 앞으로는 정부의 지나친 간섭은 없어야 한다" 고 강조하고 있다.

◇ 현대 = 자동차부문의 구조조정으로 이미 시동이 걸린 5개 소그룹으로의 분리 독립을 가속화함으로써 계열사 축소 등 사업구조 재편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전자.건설.중화학.금융 및 서비스 부문으로 나눠 유사업종 또는 사업부문의 과감한 합병을 준비 중이다.

현대는 비주력 업종은 타그룹과의 빅딜 (대기업간 사업교환).매각 등 청산절차를 통해 해결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한 관계자는 "비주력이지만 독자적으로 수익 창출 능력이 양호한 회사는 청산.합병보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지분을 매각하거나 합작 등을 유도, 외자를 도입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고 밝혔다.

또 사업부문별 독립회사.종업원 주주회사 및 종업원 창업 지원을 통한 분사를 지속적으로 추진, 실직자를 최대한 줄이고 협력업체로 유도할 계획이다.

정몽헌 (鄭夢憲) 회장은 "사장단 회의를 폐지하고 자동차는 2~3년내에 그룹에서 분리시키겠다" 고 말했다.

◇ 삼성 = 주력을 전자.금융.무역 및 서비스 등으로 재편할 삼성은 세계 유수 기업들과 자본.기술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고, 필요하다면 경영권도 외국사에 양보하는 등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도입할 방침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앞으론 각 계열사가 독립적인 경영을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편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쟁력이 없는 회사는 청산.합병 등의 방법으로 정리하는 한편 주력 핵심 업종에 대해선 외자유치.기술제휴 등을 통해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11월말 현재 33억3천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하고, 건물.부동산 등 고정자산과 주식지분 25억달러 어치를 매각한 삼성은 앞으로도 추가 외자유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비주력과 중소기업형 사업은 분사 (分社) 를 통해 내부 종업원에게 이관할 방침이다.

◇ 대우 = 빅딜로 전자.전기 관련 업체는 대부분 정리되거나 삼성쪽으로 넘어가며, 여기서 제외된 대우통신은 외자유치를 추진 중이다.

나머지 계열사는 ㈜대우.대우자동차.중공업.증권 등 4개 주력사 중 관련 업종쪽으로 통합하겠다는 것. 대우 관계자는 "전자를 제외하면 4개 업종과 무관한 비주력 계열사가 그리 많지 않아 큰 파장은 없을 것" 이라며 "결국 10여개 정도의 비전자부문 계열사가 최종적인 정리대상이 될 것" 이라고 분석했다.

자동차부품.전자 관련 일부 계열사는 해외에 매각하고, 해외의 전자계열 사업장은 상당수 매각하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의 사재 출연 문제와 관련, 대우는 우량 계열사 주식을 팔거나 배당금을 부실 계열사에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LG=주력업종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한계사업이나 부실기업의 단순매각보다 수익성이 높고 규모가 큰 계열사를 중심으로 과감히 처분한다는 전략.

그룹 관계자는 "LG화학.전자 등 전 주력 사업부문을 시장에 내놓은 상태" 라며 "내년까지 65억달러에 이르는 외자유치로 재무구조를 생존력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 이라고 말했다.

구본무 (具本茂) 회장은 "99년말까지 계열사 상호지보를 모두 정리하고 2002년까지는 부채비율을 1백% 아래로 끌어내리겠다" 고 강조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주력 4개 업종에 현재의 계열사들이 거의 다 포함돼 큰 문제될 게 없다" 며 "다만 일부는 합병.정리가 불가피하다" 고 말했다.

◇ SK=주력으로 선정된 텔레콤을 중심으로 대규모 외자유치를 통해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전략.

내년까지 20억달러의 외자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재 성사단계에 와있는 텔레콤의 외자유치로 연내 10억달러 성과가 가능할 것이란 게 그룹측 설명.

이밖에 비핵심 기업과 자산매각으로 총 4억달러 규모의 추가 자금을 확보해 주력사들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손길승 (孫吉丞) 회장은 "현재 25억~32억달러의 외자유치를 추진 중이며 SK 전 계열사는 브랜드 이름만 공유하고 회사별로 독자 경영토록 하겠다" 고 말했다.

20여개 비주력 계열사는 합병과 매각을 추진하는 한편 일부는 장기적으로 지주회사를 통한 합작회사로의 외자유치를 실시해 생존전략을 마련키로 했다.

이미 액화천연가스 (LNG) 와 도시가스 관련 6개 회사들을 통합해 지주회사를 통한 외자유치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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