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주희정 삼성의 '명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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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삼성이 나래에 양경민.김승기를 주고 강병수.주희정을 받았을 때 프로농구 전문가들은 '삼성의 실착' 으로 봤다. 강병수는 부상중이었고 주희정은 프로농구 97~98시즌 신인상 수상에도 불구하고 '미완의 가드' 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98~99시즌 1라운드가 끝난 지금 손익의 저울은 삼성쪽으로 기울었다. 주희정이 11월의 MVP로 선정된 8일 현재 삼성은 연승행진을 벌이며 선두에 올랐다. 나래로 간 김승기가 아직도 부상의 늪을 헤매고 있는 상황이어서 삼성의 선택은 더욱 돋보인다.

주희정은 삼성을 빠르고 질긴 팀으로 변모시켰다. 프로 2년차 선수라고 보기 어려운 융통성과 코트 장악능력으로 잘 해야 중위권 정도로 분류됐던 삼성을 일약 우승후보 반열에 올렸다.

특히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 모두를 한손에 쥐고 흔드는 리더십이 놀랍다. 비결은 객관적이고 교과서에 충실한 농구에 있다.

주희정은 국가대표 문경은조차 슛포인트를 잡지 못하면 패스를 주지 않는다. '확률' 을 우선으로 삼는 주희정의 농구는 허술한 면이 많았던 삼성의 플레이를 80년대 전성기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았다.

노기석.박상관 등 후보급 선수들의 놀라운 선전도 주희정의 적절한 지원에 힘입고 있다. 가드의 능력을 측정하는 기준치인 어시스트에서 주희정의 기록은 국내선수중 가장 우수하다. 경기당 4.4개꼴. 턴오버가 경기당 2.7개니까 NBA에서 우수한 가드의 척도로 삼는 3대1 비율을 훨씬 넘는다.

강동희(기아) 와 이상민(현대) 으로 좁혀진 듯하던 프로농구 최고가드 경쟁은 주희정의 분발로 훨씬 복잡해졌다. 팀의 상승세를 밑천삼은 주희정은 현재의 기량만으로도 시즌 최고가드의 타이틀을 노리기에 충분하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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