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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올림픽 앞으로 4일] 이봉주 "그래, 해볼 만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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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아직 반달이 떠 있는 하늘. 그리고 에게해의 새벽바람. 무더위를 피해 이봉주(34.삼성전자)는 8일 오전 5시(현지시간) 마라톤 평야에서 처음 코스 점검을 했다. 이번 마라톤 코스 중 가장 어렵다는 15~33㎞ 지점의 실전답사다. 지난해 9월 1일에는 차로 한번 훑어봤었다.

▶ 이봉주(左)가 훈련 파트너인 나다사야(右), 팀 동료 이명승(이봉주 뒤 얼굴이 안 보이는 선수)과 함께 8일 새벽(현지시간) 마라톤 코스 중 가장 힘든 오르막인 15~32㎞ 구간을 뛰며 코스 점검을 하고 있다. [아테네=연합]

한 시간쯤 지나 연습 레이스의 마지막 지점인 그리스 EPT 방송국 건너편에 도착했다. 멈출 듯하던 이봉주는 오인환 삼성전자 육상단 감독이 탄 차가 저만치 앞에 서자 다시 힘을 내 10여m를 더 달렸다. 정해놓은 목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끝내고 마는 이봉주의 면모다. 기록은 1시간2분. 이봉주는 역시 올림픽 대표이자 팀 후배인 이명승(25), 훈련 파트너인 존 나다사야(25)와 함께 뛰며 레이스 전략을 짰다. 올림픽에서 마라톤 선수는 경기 전 코스를 달려보는 것이 공식적으로는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날의 연습 레이스는 차량 통행이 뜸한 새벽 시간에 비공식으로 이뤄졌다.

"이렇게 새벽에 뛴 적은 별로 없었어요. 해볼 만하다는 느낌이 오네요." 그는 컨디션이 어떠냐는 질문에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 하고 체력관리에 신경 써 지금 컨디션은 매우 좋다"고 대답했다.

오인환 감독은 "오르막이 많아 대부분 선수가 많이 지치게 되는 구간이다. 특히 마지막 오르막 구간인 31㎞ 지점이 가장 어려울 듯싶다. 우승권은 2시간12~13분에서 결정될 것이다. 우리는 5㎞ 랩타임을 15분30초 이내로 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당일 날씨다. "출발시간이 오후 6시라 선선하지 않겠느냐"는 일부 취재진의 질문에 오 감독은 "남아 있는 지열 때문에 선수들의 고통이 매우 클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경기 당일 기온은 섭씨 29~32도로 예상되는데 아스팔트 바닥이 복사열로 30도를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취재진이 지난달 5일 오후 6시 경기시간에 맞춰 마라톤 코스를 현지 답사했을 당시 기온은 34~35도를 웃돌았다. 지구력이 좋은 이봉주로서는 오히려 더운 날씨가 스피드가 좋은 아프리카 선수들을 제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봉주는 지난 5일 그리스에 도착, 아테네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진 시바라는 곳에서 훈련 중이다. 20일까지 스피드 위주의 마무리 훈련을 끝낸 뒤 27일 아테네 올림픽 선수촌에 들어간다.

아테네=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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