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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 BOOK] MBA, 진짜 관리자 만드는 과정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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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MBA가 회사를 망친다
헨리 민츠버그 지음,
성현정 옮김, 북스넛,
664쪽, 2만8000원

한 경영대학원(MBA)의 교수가 수업 중 질문을 던졌다.

“잭, 자네가 마쓰시타 전기에서 일하고 있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겠나.”

잭의 대답을 교수와 87명의 학생이 초조하게 기다렸다. (중략) 잭은 침을 꿀꺽 삼키고 말문을 열었다.

“어떻게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어제까지 마쓰시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습니다. 수십만명의 종업원, 수천 개 제품의 마쓰시타 사례를 준비하기 위해 걸린 시간은 고작 두 세시간입니다. 파나소닉이 마쓰시타 전기란 사실도 어제 처음 알았습니다. 제 실무 경험은 가구 공장에서 근무한 것뿐입니다. 그런데 주어진 건 고작 20페이지의 자료입니다. 이것은 표면적 연습에 지나지 않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은 하지 않겠습니다.”

통쾌하다. 교수의 돌발 질문인 ‘콜드 콜(Cold call)’에 매번 손발이 오그라들면서도 이처럼 맞받아칠 수 있는 MBA 학생이 몇이나 될까. 이는 캐나다 맥길대학 경영학 교수인 저자가 직접 겪은 사례다. 이 당돌한 학생은 결국 학교를 그만 두고 가구회사로 돌아갔다. MBA 학위는 없었지만 비즈니스 현장에서 착실히 경력을 쌓고 상식적인 것을 고쳐나감으로써 CEO 자리에 올랐다고 한다.

저자가 꼬집고자 하는 것은 ‘케이스 스터디(사례연구)’로 대표되는 MBA스쿨의 교수법이다. ‘진정한 관리자 만들기’보다 ‘몸값 올리기’에 치중하는 교육이 회사를 망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 결과 오늘날 기업은 다음과 같은 모습이 됐다. ▶매니저는 직원 위의 신분 높은 사람으로 제조·서비스 업무와 단절돼 있다 ▶매니저가 전략을 세우면 ‘인적자원’이라 불리는 부하직원이 동분서주 실행에 옮긴다 ▶매니저는 경영기법을 활용, 기업의 관료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그런 뒤 자신의 전략대로 일할 의사가 있는 부하에게 ‘권한 이양’을 한다 ▶이를 모두 이루기 위해선 우선 2년 동안 묵묵히 비즈니스 스쿨에 다녀야 한다.

민츠버그 교수는 MBA에서 각각의 글자를 해체하자고 주장한다. 비즈니스(Business)코스와 관리자과정(Administration), 학문적 석사과정(Master)을 따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기에 대한 ‘MBA 책임론’이 제기되는 요즘 귀기울여볼 만한 주장이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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