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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5, 러시아 '수호이'에 참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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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미국 전투기 F-15

▶ 러시아 전투기 수호이 Su-30

한국 공군이 차세대 전투기로 도입할 미국의 F-15 이글 전투기가 지난 2월 인도에서 열린 모의 전투실험에서 러시아제 수호이 플랜커(Su-30)에 참패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 가 6일 보도했다. Su-30은 인도가 1997년 구입한 수호이 시리즈의 최신 기종이다.

미국 전투기와 러시아 수호이가 맞붙는 전투 실험은 40년 만에 처음이다. '코프 인디아'란 이름으로 인도 중부 지방 프라데시 상공에서 열린 이번 실험은 군사기밀로 부쳐져 정확한 전투 상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FT는 미 의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 "최종 승패를 가린 결과 F-15가 거의 매번 져 승률이 10%에도 못 미쳤다"고 전했다. FT는 이어 "이 같은 결과는 곧바로 미 국방부와 의회에 보고됐으며, 그 내용이 조금씩 외부로 흘러나오면서 세계 무기 거래시장의 최대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엔 이 전투기 구매를 결정한 한국의 무기 구매상에게까지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할 혼버그 미 공군 전투사령관도 "우리는 과거와 같은 우세한 전투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존 점퍼 미 공군 참모총장은 최근 실험결과를 싱가포르에 공식 브리핑해줬다. 현재 싱가포르는 미국산 F-15와 유럽의 유러파이터 및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인접국인 중국과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가 모두 Su-30을 보유하고 있다. 미군 측은 이 같은 상황에서 싱가포르가 F-15를 구매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우려해 별도 설명을 해준 것이다. FT는 한국과 관련, "한국에 F-15K를 팔기로 한 보잉사의 판매책임자인 조지 미엘너도 최근 실험 결과와 관련해 '우려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FT는 "최근 미 공군 고위 관계자들을 통해 실험결과가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F-15 대신 최신형 스텔스 전폭기 구매예산을 확보하려는 공군 측의 의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 공군이 이미 F-15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최첨단 전폭기인 F/A-22 랩터를 구매하고 싶어한다는 것. 그러나 랩터는 대당 가격만 2억달러에 이르는 초고가품이라 미 의회는 예산상 무리라는 부정적 반응을 보여 왔다. 이에 따라 미 공군 측은 F-15의 문제점을 슬그머니 공개함으로써 의회로부터 랩터 구매예산 승인을 받으려 한다는 해석이다. 혼버그 사령관은 "이번 실험결과를 보고 공대공 전투력을 현대화할 필요가 있음을 미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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