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바둑 결승 오른 이창호-마샤오춘 인터뷰]

제3회 삼성화재배세계오픈 결승5번기 첫판이 오는 26일 대전시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서 시작된다.

결승진출자는 세계바둑의 최강자 이창호9단과 중국의 강호 마샤오춘 (馬曉春) 9단. 李9단은 지금까지 대형 세계대회에 22번 출전하여 8번 우승했다.

올해는 동양증권배와 후지쓰배를 석권한데 이어 삼성화재배까지 3관왕을 노리며 질주중이다.

중국 馬9단은 95년도 국제무대를 휩쓸며 세계랭킹 1위에 올랐으나 이후 천적 이창호에게 악몽의 10연패를 당하면서 급제동이 걸린 인물이다.

예상은 당연히 이창호의 우세로 모아지고있다.

그러나 마샤오춘의 결의도 어느 때보다 비장하다.

결승전을 앞두고 이들을 만나봤다.

[이창호9단]

- 결승까지 오는데 가장 인상적인 적수는 누구였나.

"아무래도 준결승전에서 만난 조치훈9단일 것이다. 공식전에서 조9단에게 연승을 거두고 있지만 대개 불리한 바둑을 역전시킨 판이 많았다. "

- 결승 상대인 마샤오춘 (馬曉春) 9단의 장점과 단점을 지적한다면.

"가장 큰 장점은 실리에 특출한 감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모양에 구애됨 없이 결연하게 실리를 추구한다. 그러나 이것도 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생긴다. 馬9단의 장점은 곧 단점이기도 하다. "

- 지금까지 馬9단과의 상대 전적에서 15승3패로 압도적이고 최근엔 10연승을 거두고 있다. 이번 대회의 우승 전망은.

"馬9단에게 많이 이겼지만 내용면에선 좋지 않았던 판도 많았다. 특히 지난해 삼성화재배 준결승전에선 완전히 진 바둑을 기적적으로 역전시켰다. 전적에서 앞서고는 있지만 馬9단은 강자이기 때문에 결코 방심할 수 없다. 내심 이번 결승전을 5대5의 승부라고 보고 있다. "

- 요즘의 컨디션은 어떤가. 결승전에 대비한 공부는.

"졌을 때는 이기는 코스가 나올 때까지 공부한다. 그건 언제나 비슷하다. 요즘 컨디션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馬9단에겐 착실히 대비하고 있다. "

- 이창호 (李昌鎬) 9단은 두터움과 실리라는 모순된 두개의 요소를 합성시키려 한다는 얘기가 있다. 또 李9단의 바둑을 '실리' 와 '인내' 라는 두 단어로 압축하는 사람도 있다. 앞으로도 이런 스타일은 변함이 없는가.

"최근 들어 바둑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변신의 욕구를 느끼고 있다. 앞으로는 실리에 초연한 자세로 공격적인 바둑도 시도해 볼 계획이다. "

- 결승전에 임하는 소감은.

"삼성화재배를 내줄 수는 없다. "

[마샤오춘9단]

- 준결승전 때 유시훈7단에게 이긴 바둑은 운이 좋았다고들 말한다.

"종반전에 유7단이 계속 물러서는 바람에 다행히 역전시켰다. "

- 결승전에서 또다시 천적인 이창호9단과 만나게 됐다. 소감은.

"李9단과 번기 (番棋 : 3번기 이상의 결승전을 말함) 를 두어본 지 오래됐다. 한국팬들도 오래 기다렸을 것이다 (웃음) .나역시 오래 기다렸다. 이번엔 꼭 꺾어 보이겠다. "

- 결승 5번기의 예상 승률은.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 "

- 李9단은 지금까지도 내용면에선 5대5였고 결승전도 5대5일 것이라고 하던데.

"연패를 당하고 있는 처지에서 5대5는 너무하고…. 아무튼 그중 몇판은 내가 이긴 판이었다. 李9단에게 연속 지게 된 승부의 분수령은 96년도 동양증권배 결승 3국이었다. " (1승1패에서 맞이한 3국에서 李9단이 역전 반집승을 거둔다.

그 이후 李9단의 10연승)

- 이창호9단의 장.단점을 말해달라.

"우수한 점이 너무 많다. 젊고 끝내기가 강하다는 점이 돋보인다. "

- 馬9단은 실리에 대해 극단적이라 할 만큼 철저한 기풍을 갖고 있는데 이를 설명한다면.

"바둑은 최후에 집으로 겨룬다. 프로기사는 누구나 다 집을 좋아하지 않는가. 대모양 바둑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

- 이창호9단은 실리에 초연한 마음으로 바둑을 두어보고 싶다고 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막상 바둑판 앞에 앉으면 어려울 것이다. "

- 결승전에 임하는 소감을 다시 말해달라.

"누구나 완벽한 사람은 없다. 단점이 별로 없는 기사라는 이창호도 그 점에선 마찬가지다. 이번엔 꼭 꺾어 보이겠다. "

박치문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