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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나온 것보다 더 반갑구나” 84일 만의 첫 완성차에 입맞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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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3일 평택 쌍용자동차 조립라인에서 박영태 공동법정관리인이 체어맨 W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뉴시스]

13일 오전 10시25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조립 4라인. 검은색 체어맨W 한 대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서서히 등장했다. 상기된 표정의 이유일·박영태 공동 관리인과 30여 명의 쌍용차 임직원은 환호하며 손뼉을 쳤다. 박영태 관리인은 한참을 자식 대하듯 체어맨W를 쓰다듬은 뒤 보닛에 입을 맞췄다. 기존 모델이지만 지켜보는 임직원의 표정은 신차 출고식보다 더 상기돼 있었다.

쌍용자동차가 84일 만에 완성차를 생산했다. 77일에 걸친 노조의 격렬한 점거 파업이 6일 끝난 지 일주일 만이다. 이날 하루 체어맨과 액티언 등 6개 차종 74대의 완성차가 생산됐다. 파업으로 조립이 중단됐다가 이날 완성된 차량은 테스트를 마친 뒤 출고될 예정이다.

◆“모든 공장 정상 가동 중”=이날 취재진에 공개된 쌍용차 조립 라인은 가동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정리돼 있었다. 노조원이 점거 파업 근거지로 이용했던 도장 2공장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모두 정상 가동 중이라고 쌍용차는 밝혔다. 조립 4라인 마무리 조립 공정을 담당하는 김택진(47) 공장(工匠)은 “석 달여 만에 힘차게 돌아가는 공장을 보니 기분이 좋다”며 “40여 명의 팀원 모두 희망에 넘쳐 있다”고 말했다.

최상진 기획담당 상무는 “파업 종료 후 인력 재배치와 부품 수급 등으로 아직 가동률이 30% 정도지만 조만간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장 곳곳에는 오랜 파업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농성 본거지였던 도장 2공장과 마주 보는 본관 유리창들은 새총 공격으로 곳곳이 깨지고 뚫려 있었다. 본관 앞에는 화재로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카이런이 방치돼 있었다. 벽과 기둥 곳곳에 스프레이 등으로 쓰인 각종 구호와 낙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무너진 이미지 회복 등 갈 길 멀어=전문가들은 생산은 재개됐지만 쌍용차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장기간 생산이 중단되면서 판매망이 큰 타격을 봤다. 일단 쌍용차는 현재 140여 개인 판매망을 연말까지 지난해 수준인 200개까지 다시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판매가 늘어날지는 불확실하다.

나빠진 이미지를 개선하고 판매를 늘리려면 신차가 필요하지만 야심 차게 준비해 온 신차 C200의 연내 출시가 어려운 것도 쌍용차의 고민이다. 산업은행은 이날 희망퇴직자 퇴직금 등에 쓸 구조조정 비용 1300억원을 이르면 다음 주 초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신차 개발비용 등 다른 자금 지원은 회사의 회생계획안 통과 전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쌍용차가 회생하려면 앞으로 두 번의 고비를 넘겨야 한다. 9월 중순까지 회생계획안을 작성해 법원에 내야 한다. 계획안대로 이행하면 쌍용차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채권단이 판단해 줘야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다음에는 새 주인을 찾아야 한다.

이유일 관리인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쌍용차를 반석에 올려놓을 투자자를 찾겠다”며 “다만 직원의 정서상 중국 업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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