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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교수 사상논쟁 한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월간조선' 11월호의 '최장집 교수의 충격적 6.25전쟁관 연구 - 6.25는 김일성의 역사적 결단' 이란 기사는 문제가 된 논문의 왜곡 여부와 별개로 세대간.이념간.정치세력간의 이데올로기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양상으로 비화했다.

한국사회에서 6.25가 갖는 역사적 무게로 인해 다수의 사람들이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기사가 나가자 논쟁의 초점은 직접 당사자간의 논문 왜곡 공방. 崔위원장이 우선 자신의 논문이 왜곡됐다며 대응했다.

반박문을 돌리는 한편 서울지방법원에 '월간조선 11월호의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과 5억원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 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지속적으로 崔위원장이 한국전쟁 연구에서 '수정주의' 입장을 취했다고 밝히는 '근거' 를 공개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월간조선' 11월호에서 다루지 않았던 '해방 8년사의 총체적 인식' (89년) , '한국전쟁에 대한 하나의 이해' (90년)에서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을 발췌 보도하는 형식을 빌려 지속적으로 崔위원장의 사상검증을 시도하면서 언론의 사상검증 당위성을 강조했다.

곧바로 학계와 시민단체들의 비판 및 옹호 성명전이 잇따르면서 상황은 사상논쟁으로 바뀌어갔다.

崔위원장을 옹호하는 측은 그에 대한 조선일보의 왜곡과 이념공세, 특정 언론의 사상검증 부당성을 지적하는데 초점을 맞춘 반면 비판하는 측은 국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崔위원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특기할 점은 한국정치학회 (회장 백영철)가 10월 23일 이례적으로 집행부 결의를 통해 매카시즘적 마녀사냥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고 해외 한국학 연구자 22명이 10월 30일 연대서명으로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 10월 23일 대학민국건국50주년기념사업위원회 (회장 李哲承) 등이 崔위원장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을 기점으로 반공관련 단체들이 연이어 성명을 발표했다.

이 단계에서는 崔위원장의 논문 왜곡 여부보다 서로의 이해관계와 기존 입장에 따라 주장을 앞세우는 이념적 대립양상까지 보이고 있었다.

특히 각 정당은 초기부터 이 사안이 단순한 崔위원장 논문 왜곡 여부가 아니라 현 정부의 이념적 정당성과 관련있다고 보고 崔위원장에 대해 적극 공세를 취하거나 옹호하는 입장으로 나아갔다.

공동정부로 참여하고 있는 자민련은 崔위원장이 이전에 발언한 '민주대연합론' 까지 보태 더욱 비판적으로 파장을 키워나갔다.

지난 11일 서울지법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평결은 '의외' 였다.

'월간조선' 이 崔위원장의 논문을 왜곡했으며 '좌파' 라는 비판 자체가 분단 현실에서 인격권의 훼손이라면서 '학문의 자유' 를 폭넓게 인정했기 때문. 지난 14일 법원이 '월간조선' 에 대한 가처분을 집행한 후 논란의 장은 정치권으로 옮겨갔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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