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신품종개발 30년 장병섭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전국토의 68%에 달하는 산지에 우리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

대전.충남에서 '육종 (育種) 박사' 로 통하는 장병섭 (張炳燮.52.금산군남이면성곡리) 씨는 '나무가꾸는 달' 인 11월에 나무를 심느라 바쁘다.

'늦가을에 심어야 겨울 한 철 동안 뿌리를 내려 새봄에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는게 그의 지론. 張씨가 심는 묘목에는 모두 독특한 이름이 있다.

자두는 왕자두, 은행은 포도송이 은행, 감은 대봉옥, 단풍은 공작단풍, 소나무는 꽃송 등 흔치않은 이름이다.

모두 그가 직접 개발한 품종이기 때문이다.

이 나무들은 유실수의 경우 다른 품종보다 알이 크고 맛이 좋으며 정원수는 모양이 아름답다.

張씨가 신품종 개발 30년동안 얻은 특허는 모두 15건. 현재 13건이 출원중이다.

이 가운데 자타가 인정하는 대표작은 단연 '포도송이 은행' .은행알이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열려 붙인 이름이다.

결실 기간이 5, 6년으로 짧을 뿐 아니라 열매 수가 많고 알이 굵다.

그의 새품종 개발은 유전자 조작과 같은 인위적 방법이 아니라 '돌연변이' 를 활용한 자연적 방법. 같은 나무 중에서 알이 크고 맛이 좋으며 튼튼한 돌연변이를 개량해 우량 품종으로 만든다.

때문에 그는 우수 품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디든 쫓아가 실물을 보고 경험을 교환한다.

돌아다니며 특이한 것이 눈에 띄면 촬영하고 품종을 얻을 수 있으면 얻는다.

갖고 있는 식물 관련 사진만 해도 라면상자 3개 분량. '10년 앞을 보고 품종을 개량한다' , '미래는 농업도 아이디어 시대' , '농사일도 땀+머리' , '도전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등 농장 곳곳에 붙어있는 구호에서도 그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연 소득은 현재 순수익만 2억원 정도. 하루종일 묘목을 구입하겠다는 고객들의 문의로 눈코 뜰 새가 없다.

張씨의 꿈은 은행나무에 관한 한 우리나라가 세계 제일이 되는 것. 혈액순환제재 등 탁월한 약효가 입증된 한국산 은행이 단순히 외국에 원자재로 제공돼 외국사가 돈을 벌어들이는 현실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대전 = 이석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