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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의 13억 경제학]중국증시(58) 상하이증시는 원숭이마켓(Monkey Market)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휴가 잘 다녀오셨나요? '13억 경제학'블로그도 베이징으로 휴가를 떠났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함께 베이징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했습니다. 앞 6개 칼럼을 읽으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도 종종 중국여행을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자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야지요?
증시 얘기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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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2일) 중국증시가 출렁 였다. 상하이 증시가 4.66% 빠졌고, 차이나펀드가 많이 투자된 홍콩H주 역시 2.77%가 밀렸다. 고공행진을 계속하던 중국증시가 '덜컹~'하고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오늘 증시를 보면서 중국증시는 '멍키 마켓(Monkey Market)'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가가 오르면 '불(Bull, 황소)마켓', 내리면 '베어(Bear,곰)마켓'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국은 오늘 처럼 주가가 급락했다고 해서 베어마켓이라고 할 수가 없다. 오히려 제멋대로 날뛰는 원숭이 같다고 해서 '원숭이(멍키)마켓'이라고 해야 옳다. "주가가 또 날뛰었구나, 원숭이 처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유는 이렇다.

정상적이라면 주가는 결국 경제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펀더멘털'이라고도 한다. 경제가 호황이면 주가도 따라오르고, 증시에서는 불마켓이 형성된다. 반대면 베어마켓이다. 그러나 중국증시는 펀더멘털하고 크게 거리가 있다. 경제따로, 증시 따로다. 오히려 정책의 변화나 당국자의 한마디에 따라 주가가 크게 출렁인다. 필자가 '중국증시이야기'칼럼을 통해 자주 얘기하던 '대기대락(大起大落, 크게 오르고 크게 떨어진다)'이 연출되는 이유다.

경제 따로, 주가 따로 증시에서 황소와 곰이 등장할 여지는 없다. 끼어들었다가는 그 스스로 갈피를 못잡을 테니 말이다. 이 증시와 가장 잘 어울리는 동물은 원숭이다. 이리뛰고, 저리뛰고, 튀어오르고, 뛰어 내리고, 들쭉 날쭉, 그게 바로 원숭이의 행태다.

12일 증시를 보자.

이날 상하이증시에서도 여지없이 '원숭이'가 등장했다. 주가가 급락한 직접적인 이유는 거래세다. 중국 재정부가 '주가 상황을 봐가며 거래세 인상을 검토하겠다'라고 한 말이 증시 폭락의 도화선이었다. 현재 중국증시 거래세는 0.1%다. 파는 사람만 낸다. 이걸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투가자들이 자금을 빼냈고, 주가가 빠진 것이다.

거래세가 도대체 뭐길래?

역사를 보자. 2007년 5월 30일 중국은 상하이 주가가 마구 날뛰자 거래세를 인상했다. 그 영향으로 이튿날 주가는 6.5%가 밀렸다. 2008년 4월 28일에는 주가가 급락하자 거래세를 올렸고, 그 여파로 상하이종합지수는 9.29%나 폭등했다. 거래세 조정이 주식시장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는 지 금방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 투자가들은 왜 거래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주식시장에 대한 정책당국자들의 판단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세를 올리는 것은 주가가 너무 과열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고, 내린다는 것은 너무 내렸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것이다. 누차 얘기하지만 중국증시는 정책에 따라 주가가 좌우되는 '정책시(政策市)'모습을 보인다. 정책당국자의 눈치를 아니 볼 수 없다. 정책판단의 기준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이 거래세이므로, 거래세를 중시하는 것이다.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중국주식시장은 작년 말 저점이후 올 8월 한 때 100%까지 올랐다. 경기살리겠다고 푼 돈이 증시로 몰렸기 때문이다. 8조 위안에 달하는 은행 신용대출 중 약 20%가 증시에 유입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펀더멘털이 반영될 리 없다. 상반기 중국 기업들은 매출액이나 순익 모두에서 큰 폭의 감소(또는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원숭이 장세다.

중국당국은 증시가 과열됐다고 판단한 듯하다. 풍선에서 바람을 빼고 싶어 한다. 그러기에 거래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7월 경제지표에 나타난다. 지난 달 은행대출규는 3550억 위안으로, 전달(1조5300억 위안)보다 77%나 줄었다.

중국은 부푼 풍선 바람을 빼기 시작했다. 상하이 주가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얼마나 올래 지속될지에 대한 시기상의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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