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APEC참석]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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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콸라룸푸르 APE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김대중 대통령은 17일 오전 숙소인 힐튼호텔에서 존 하워드 호주 총리.장 크레티앵 캐나다 총리.에두아르도 프레이 칠레 대통령과 연쇄 정상회담을 가졌다.

金대통령은 오후에는 APEC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을 만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 한국.호주 정상회담 = 두 나라 정상들은 APEC 각료회의에서 조기 무역자유화 합의가 실천되지 못한 데 대해 "아시아인들이 실망할 것" 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하워드 총리는 金대통령의 아시아 금융위기 처방에 대해 "전적으로 동감한다" 면서 "내 지역구에 한국인이 많이 사는데 나를 많이 도와줘 감사하다" 고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

金대통령은 대북 햇볕정책에 관심을 보인 하워드 총리에게 "북한엔 긍정.부정적인 면이 교차하고 있다" 면서 부정적인 면으로 지하 핵시설 의혹.미사일 발사를, 긍정적인 면으로 4자회담 진전, 소떼 방북과 금강산 관광을 들었다.

이어 金대통령은 "최근 만난 중국 지도자들도 '북한을 정확히 모른다' 고 할 정도로 북한은 누구도 잘 모르고 다루기도 어렵다" 며 "북한은 나의 햇볕정책을 거부하지만 실제로는 4자회담.남북 경제교류 등을 통해 받아들이고 있다" 고 설명.

특히 金대통령은 "북한은 병적 (病的) 으로 체면을 존중한다" 며 "북한 (에 대한 판단) 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 중요하다" 고 덧붙였다.

◇ 한국.캐나다 정상회담 = 우리 기업들의 '민원' 을 전달하는 세일즈 외교를 펴온 金대통령이 이번엔 크레티앵 총리의 세일즈 외교를 맛봤다.

金대통령은 "캐나다 제지사업의 한국 투자문제를 조기 허가해달라" 는 크레티앵 총리의 요청에 "귀국 즉시 직접 검토하겠다" 고 시원한 답변을 해줬다.

크레티앵 총리는 또 "한국 원자로가 세계 최고" 라며 "에너지장관 때 월성 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고 원전 협력 역사를 상기. 이에 金대통령은 "한국은 캐나다로부터 원전 기술을 많이 배웠다" 며 제3국 원전 사업에 공동진출할 것을 제의.

◇ 고어 부통령 접견 = 金대통령과 고어 부통령간 만남에 대해 우리측 수행원들은 '회담' 이 아닌 '접견' 형식이라고 설명. 면담은 미국측에서 먼저 요청한 것. 당초 고어 부통령이 면담 요청을 해왔을 때 우리측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한 (20일) 계획 취소를 예고하는 것 아니냐" 고 걱정했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이 이라크사태 수습에 따라 예정대로 방한하기로 해 金대통령은 3~4일 간격으로 미국 부통령.대통령을 잇따라 만나게 되는 셈. 고어 부통령이 金대통령을 만난 이유에 대해 외교 소식통들은 16일 평양에 들어간 찰스 카트먼 특사의 방북활동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고려가 있었던 것으로 관측.

핵시설 의혹이 있는 북한 영변 부근 지하시설에 대한 사찰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려는 북한에 대해 한.미 양국이 '우려' 목소리를 함께 냄으로써 사찰 요구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라는 풀이. 실제로 면담에서 두 사람은 북한 지하 핵시설 의혹 규명을 통한 제네바 핵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콸라룸푸르 =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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