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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성동씨 처녀시 11편 발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스물 몇 살 때 였던가 어느 절 집에서 였던가/외마치 장단따라 道場釋할 때면/손곧추며 따라돌던 아낙하나 있었지/사변통에 자식 잃고 반실성을 했다던가/뒤꿈치든 수눅 위로 떨어지던 눈물 몇 점/목탁치든 진양 손길 나도 모르게 흔들려서/대다라니 건너 뛰고 참회진언 빨리 마쳐/장엄염불 쇠북 때려 어둠을 밀어내봤지만/모르겠데 알 수 없데 그냥 다만 서러울 뿐이데/바랑 끈을 조였던가 눈 맑던 수좌 스님' (시 '다시 山寺에서' 전문)

78년 장편소설 '만다라' 로 장안의 지가를 올리며 절에서 속세로 나온 작가 김성동씨가 시를 발표했다.

불현듯 시심 (詩心) 이 인 것은 흰 눈이 뒤덮여 세상과 끊어진 지난 겨울 설악산 백담사. 갑작스레 몰려든 시혼 (詩魂)에 온전히 사로잡혀 사흘 동안 무려 11편의 시를 쏟아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흥취의 정도가 더럭 겁이 날 정도였다는 점. 한껏 시에 취해, 술에 취해 살았던 막역한 동년배 술친구이자 시인 박정만을 떠올린 작가는 그처럼 "시신 (詩神) 이 사신 (死神) 이 될까" 두렵기까지 했단 것이다.

이런 사연이 낳은 김성동씨의 처녀시 11편은 새로 창간된 시 전문 계간지 '시와 함께' (발행인 김정순.주간 강상기)에 실렸다.

시인 고은씨는 농익은 불교적 서정에 대해 "이다지 잡소리 다 녹아버리게 익은 것을 그냥 몸 속에 박아두고 있었던가" 고 감탄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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