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로 마을 가옥 90% 매몰 … 700여 명 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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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모라꼿으로 엄청난 피해를 본 대만 남부 가오슝에서 12일 한 구조대원이 로프를 타고 범람한 강을 건너고 있다. 이날 대만 경찰은 태풍으로 무너져 내린 진흙 속에 얼마나 많은 주민이 매몰됐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가오슝 AP=연합뉴스]

태풍 ‘모라꼿’으로 인한 산사태로 매몰됐던 것으로 알려졌던 대만의 한 마을 주민 700여 명이 11~12일 극적으로 구조됐다.

앞서 대만 구호 당국은 이들 대부분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었다. 그러나 대만연합보 등 현지 언론은 12일 주변 고지대에 대피해 있거나 부분적으로 진흙에 매몰됐던 남부 가오슝(高雄)현 샤오린(小林)촌 주민 700여 명이 11일 헬기를 동원한 군의 구호작전으로 구조됐다고 전했다.

12일 아침에는 26명이 추가로 구조됐다. 이들을 후송하기 위해 군은 헬기 25대를 배치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샤오린촌과 인근 마을 두 곳에서 발생한 이번 산사태로 가옥의 90%가량이 매몰됐기 때문에 여전히 수백 명의 주민이 매몰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태풍 모라꼿은 지난 주말 대만을 경유하면서 3000㎜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우를 내렸다. 이번 태풍으로 대만에서는 지금까지 66명이 사망하고 61명이 실종됐다. 남부 핑둥(屛東)현에서는 11일 구조헬기가 짙은 안개로 인해 강으로 추락하면서 구조요원 3명이 숨졌다. 재산 피해는 173억 대만달러(약 657억원)에 달한다.

또 3만 채에 가까운 주택에 전력 공급이 끊기고 75만 가구가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대만 관광 당국에 따르면 중부 아리(阿里)산 등지를 여행하던 중국인 관광객 16명이 수시간 동안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대만의 최고 관광 지역인 아리산은 현재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현재 대만군은 1만7000명의 병력과 장비 등을 동원해 구호작전을 벌이고 있다.

한편 태풍 모라꼿으로 도로 일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가오슝 일대의 교통이 마비됐으며 불상·사찰 등 문화재들이 토사에 잠겨 큰 피해를 보기도 했다. 특히 도로 유실은 구조대들의 신속한 현장 접근을 막아 인명 손실을 확대시키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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