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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키워드 10개로 본 이참 관광공사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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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인 최초로 공기업 사장에 오른 한국관광공사 신임 사장 이참(사진)씨가 연일 화제다. 관광공사가 요즘처럼 이목을 끈 것도 아마 처음인 듯싶다. 관광공사 출입기자로서 당연히 신임 사장의 이력을 공부했다. 아래는 그 공부로 얻은 몇 가지 사실 또는 진단이다.

▶시간: 1954년에 태어나 78년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독일에서 25년을 살았고, 그 뒤로 죽 한국에서 살고 있다. 한국 체류기간은 현재 32년째다.

▶외모: 벽안(碧眼), 절대 아니다. 그의 눈동자는 푸르지 않다. 짙은 갈색이다. 키가 1m96㎝다. 그래서 의상 대부분이 외제다. 신발은 독일의 부모가 보내준 걸 신는다.

▶자격증: 세일링 자격증 소지자다. 귀족 스포츠를 즐긴다고 뭐라 하긴 힘들겠다. 요트는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선 국민 레포츠로 통한다. 그는 올 1월 대한스키협회 스키점프 위원장을 맡았다. 독일에서 스키점프 선수로 뛴 경력이 있다.

▶대운하: 열혈 찬성론자다. 지난 대선 때 MB 캠프에서 한반도 대운하 특별위원회 특보로 활동했다. 여기엔 내력이 있다. 그는 운하의 나라 독일 출신이고, 그의 고향은 강변 마을이다. 한국의 강산에 홀려 귀화를 결심했는데 여름마다 물난리가 나는 한국의 강은 이해하기 힘들었단다.

▶와인: 그의 고향은 와인으로 유명하다. 열두 살 때부터 포도원에서 일했다. 그 앞에서 와인을 읊는 건, 그가 취임식에서 던졌던 농담처럼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다.

▶입맛: 손수 구한 고춧가루를 늘 휴대한다. 피자에 고춧가루를 뿌려 먹는다. 라면에 우유를 넣고 끓인 메뉴도 개발했다.

▶언어: 발음이 매끄럽다. 날마다 한국 속담 10개씩 갖고 다니며 외웠다. 한글로 된 책도 5권 펴냈다. 비문 몇 개를 빼고는 문장이 말짱했다. 구사 가능 외국어 7개. 현재 중국어·일어 학습 중.

▶분단: 아버지가 동독 출신이다. 제2차 세계대전 말미 아버지는 소련군을 피해 서독 지역으로 피란을 와 정착했다. 그때 헤어졌던 할머니와 고모를 이산가족 찾기 사업으로 십수 년 만에 상봉했다.

▶계보: 그 이전에 관광공사를 이끈 역대 사장 21명의 프로필을 살펴봤다. 의외로 군인 출신이 가장 많았고, 공무원·언론인 출신이 뒤를 이었다. 그의 이력이 관광공사 사장에 적합하냐 여부는 적어도 역대 사장과 비교하면 밀리지 않는다.

▶우연: 레저업계 ‘빅3’ 자리가 있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를 거느린 하이원리조트와 국내 외국인 카지노 사업을 총괄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 그리고 관광공사다. 현 하이원리조트 사장은 올 4월 임명된 최영씨로 서울시 공무원 출신이고,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지난해 7월부터 권오남씨가 사장을 맡고 있다. 권 사장은 고려대 출신으로 서울시 산하기관의 대표였다. 신임 관광공사 사장은 소망교회 신자다. 모두 우연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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