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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 방중 5일 결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4박5일 중국 방문은 성과도 컸고 이런 저런 뒷얘기도 많았다.

◇ 결산 = 두드러진 방중 (訪中) 성과는 우선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 중 하나를 제거한 것. 중국 최고위층이 위안 (元) 화를 평가절하하지 않겠다고 확약한 점이다.

장쩌민 (江澤民) 주석도 그랬지만 주룽지 (朱鎔基) 총리로부터도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지 않을테니 안심하라" 는 확언까지 얻어냈다.

朱총리는 양국 경제협력과 관련한 金대통령의 다섯가지 요청사항 중 네가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코드분할다중접속 (CDMA) 사업 진출.고속전철 참여.한국 보험사의 중국 영업.한국계 은행의 위안화 취급.원전건설 참여 등이 그것. 경제분야를 총괄하는 朱총리는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金대통령을 존경하기 때문에 진심에서 하는 말" 이라고 다짐. 정상 대화록을 살펴보면 대북 (對北)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대목은 金대통령의 언급과 거의 비슷하다.

그것은 한반도 안정을 위한 중국의 역할 증대라는 약속을 만들어냈다.

金대통령과 중국 최고위층의 신뢰 구축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소득. 그 때문인지 만찬에서 다른 국가 정상들의 중국 방문에선 볼수 없었던 '파격' (破格) 이 연출됐다.

국빈 만찬에서 포도주에 약간 취기가 오른 江주석은 만찬 도중 예정에도 없던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金대통령에게도 노래를 시켰다.

朱총리 주최 만찬 때도 사오싱 (紹興) 주에 취한 朱총리가 金대통령을 포옹했다.

국방분야 협력 모색은 획기적 일이다.

이 부분은 상호 합의된 사항은 아직 아니다.

그러나 중국측이 점진적이란 조건을 달았지만 협의하자고 한 것은 중국으로선 쉬운 일이 아니었다.

◇ 뒷얘기 = 중국 정부는 金대통령에 대해 각별히 신경썼다.

그것은 金대통령의 민주화투쟁 경력에 대한 높은 평가에 기초한 것으로 알려졌다.

朱총리는 60년대 문화혁명 이후 20년간 농촌에서 고초를 겪었다며 경의를 표했다.

특히 朱총리는 金대통령에게 자기가 江주석과 나눈 얘기를 소개하며 "내가 金대통령의 불편한 다리가 고문 때문이라고 하자 江주석이 '그게 아니라 암살하기 위해 자동차로 테러를 한 것' 이라고 하더라" 는 얘기까지 했다.

리펑 (李鵬) 전인대 상무위원장도 金대통령의 불편한 다리 얘기를 꺼내며 "지금은 괜찮으냐" 고 묻기도 했다.

또한 중국측은 형식보다 실제를 중시하는 金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후문. 金대통령이 중국측 영도인 (領導人.정치지도자) 들과 만날 때마다 실제 논의할 사항을 치밀하게 준비, 의례적 만남이 아닌 실무회담의 장으로 만드는 바람에 중국측의 감탄을 자아냈다는 것. 그같은 마음은 金대통령에 대한 예우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金대통령은 평일에 베이징 (北京) 으로 바로 들어갔다.

반면 김영삼 (金泳三).노태우 (盧泰愚) 전 대통령은 중국 의전관례에 따라 주말을 이용, 상하이 (上海) 등을 거쳐 베이징에 도착. 정상회담장인 인민대회당 출입문도 신경쓰는 대목이다.

盧.金 전 대통령은 뒷문격 (格) 인 남문을 이용했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천안문 광장과 통하는 장안대로와 이어진 북문을 이용했다.

탕자쉬안 (唐家璇) 외교부장은 권병현 (權丙鉉) 주중대사에게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못지 않은 최고의 예우를 갖췄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측은 실리면에서 상당한 준비를 했다.

특히 정상회담에서 江주석이 경제문제를 거론하고 나온 게 그렇다.

金대통령은 원래 경제 얘기는 별로 하지 않으려고 했다.

경제문제는 朱총리와 얘기할 예정이었다.

江주석은 확대 정상회담에 들어가자마자 대뜸 중국의 대한 (對韓) 무역역조 문제부터 제기했다.

정치.안보에 치중하려 한 우리측 허를 찌른 것이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그같은 중국의 입장을 알고 조정관세 인하 등 시정방침을 먼저 밝히면서 중국측 예봉을 꺾었다고 한다.

베이징 = 이연홍 기자,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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