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테러설에 외국인은 철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외국인.기독교인에 대한 테러 위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중동의 화약고에서 한국 기독교 단체들이 대규모 행사를 계획하고 있어 이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기독교 단체들로 구성된 '아시아문화협력개발기구'는 7~10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기원하는 '예루살렘 예수행진2004'행사를 열기로 했다. 이들은 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지역인 베들레헴까지 행진한다. 이를 위해 행사 관계자와 참가자 1250명은 이미 출국했다.

외교부는 2000여명이 이 행사에 참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최 측은 지난해에도 비슷한 규모의 행사가 별 탈 없이 진행됐다며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 이후 중동의 반기독교 정서가 심해져 기독교 단체의 대규모 집회를 노린 초대형 테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국인 철수 러시=이스라엘군은 지난 2일부터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비상 경계경비에 들어갔다. 이라크에서 지난 1일 기독교 교회를 겨냥한 연쇄 테러 공격이 발생하고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연일 희생되면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대형 보복공격을 곧 하리라는 첩보 때문이다.

따라서 팔레스타인 지역 외국인들의 출국이 크게 늘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난민구호사업을 벌이고 있는 유엔은 3~4일 이 지역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직원들을 대부분 철수시켰다. 미국 국무부도 이날 가자지구에 근무하는 자국민들의 철수를 촉구하고 베들레헴이 위치한 요르단강 서안지역으로는 여행을 자제하거나 연기하라고 권고했다.

◇테러설 급증=지난달 말부터 아랍권 국가들의 '이슬람군' 이라크 파병설이 나오면서 과격무장단체들의 테러 위협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선일씨를 살해한 '일신과 성전'은 지난 3일 이슬람 국가라도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면 '테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랍 언론이 지난 3일부터 한국의 자이툰 부대 파병을 집중적으로 다루기 시작해 한국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도 부담스럽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미국.영국에 이어 세번째로 큰 규모의 군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랍 언론들은 아직 한국군의 구체적인 일정이나 이동 경로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진입이 시작되는 시점에 대대적인 보도가 예상된다. 이 시점은 예루살렘에서의 기독교 행사 기간과 맞아떨어질 것으로 보여 테러의 빌미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민사회 술렁=중동 지역에 거주하는 교민들은 "순례단은 왔다가면 그만이지만 우리들이 향후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며 불안해 한다.

이라크 전쟁 이후 과격 무장세력이 반서구.반기독교를 기치로 내걸고 활개치면서 교민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들은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아시아 파키스탄까지 이슬람권 전역에서 발생하는 테러 관련 보도를 매일 접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자칫 이번 행사가 무장세력을 자극하지 않을까 마음 졸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이스라엘의 한인선교사협의회조차 "현지상황을 무시한 무모한 프로그램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