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입양한 한국아이는 가슴으로 낳은 아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 14살 때 미국에 입양됐던 스티븐 모리슨이 자신이 한국에서 입양한 아들, 두 딸, 부인과 함께 한국에 왔다. 모리슨은 미국 우주항공연구소 연구원이다. 최정동 기자

"아들아, 내가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 세 가지가 뭔 줄 아니. 첫째는 종교를 가진 것이고, 둘째는 결혼한 거란다. 그리고 마지막, 네가 우리 가족이 된 거지."

4~8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인입양인대회에 참석 중인 스티븐 모리슨(48.한국명 최석춘)은 어릴 적 양아버지인 존 모리슨(81)에게서 들은 이 말을 평생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14살이던 1970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가정에 입양된 그는 30년 뒤 양부모에게서 받은 사랑을 그대로 물려줬다.

2000년 전남 나주의 한 영아원에서 세살짜리 조셉(한국명 오혜성)을 입양한 것이다. 아내 송경미(42)씨가 낳은 두 딸 헬렌(7).케이(5)가 있었지만 자신이 받은 사랑을 누군가에게 다시 베풀고 싶었다.

모리슨은 가족 모두를 데리고 지난 6월 말 한국에 왔다. 한국이 가족의 뿌리임을 확인하고 어린 자녀들에게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아내 송씨는 조셉을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고 소개했다. 모리슨은 현재 미국 연방정부 출연기관인 우주항공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미국 주류 사회에서 당당히 전문가로 자리잡았다. 차세대 위성항법장치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모리슨은 다섯살 때 강원도 묵호에서 한살 아래 남동생과 함께 버림받았다. 알코올 중독자이던 아버지가 집을 나간 뒤 삶이 힘겨웠던 어머니 역시 가출했다. 동생과 길에서 주워먹고 때로는 구걸하며 '거리의 아이들'로 살았다.

어느 날 시장통 아주머니 한분이 동생을 양자로 데려갔다. "나도 데려가 달라"고 매달렸지만 장애가 있어서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홀트아동복지회에서 9년간 생활한 뒤 입양제한연령(14세)을 몇달 앞두고 모리슨가로 입양됐다. 생물학자였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린 그가 감당하기 어려웠던 상처를 보듬어주었다.

중학생인데도 분수 뺄셈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하위권을 맴돌던 성적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최우수권이 됐다. 이후 명문 퍼듀대와 남가주대 대학원에서 우주항공을 전공하고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이다. 99년 한국입양홍보회를 만든 그는 "입양은 자라나는 새싹을 짓누르는 돌을 치워주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외국에 입양할 아이가 없을 때까지 해외 입양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친부모는 모두 돌아가셨고, 어릴 적 헤어졌던 동생은 계속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