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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서울 점령'에 대비한 수도 이전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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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안제 신행정수도 추진위원장이 외교통상부 직원들에게 수도 이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강연에서 "만약 전쟁이 나서 평택쯤에서 휴전이 된다면 인구는 50%, 국력은 70%가 손실될 것"이라는 황당한 발언을 했다. 지금까지 정부의 수도 이전 명분은 수도권의 과밀 해소와 국토의 균형발전이었다. 김 위원장 말대로라면 수도 이전에는 전쟁을 대비, 서울이 점령될 것에 대비한다는 의도도 숨어 있었다는 얘기다. 충남 공주.연기로 수도를 옮기면 설사 북한군이 내려와도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논리인데 그렇다면 서울을 포기하겠다는 것인가. 참으로 어이없는 발상이다.

김 위원장은 또 "서울.경기.인천 때문에 강원도 등 지방은 고사 직전이다. 위대한 수도(서울) 사람에게 깨끗한 물 먹이느라 돼지도 못 기른다"고 말했다. "서울대도 함께 내려가자는 주장이 있지만 '독종'들이 모여 있어 말을 안 들을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적대적 관계며,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나쁜 존재'로 반드시 타도해야 한다는 강한 적대감으로 가득차 있다.

수도 이전은 노무현 정부 역점 사업이고, 김 위원장은 이 사업에 선봉을 선 인물이다. 그런 사람의 입에서 나온 공식 발언이 이 정도 수준이니 이런 이유 때문에 수도 이전하겠다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수도 이전 사업을 대표한 위원장의 논리대로라면 절대 수도 이전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전쟁이 나도 서울과 수도권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도 이전이 종합적 분석과 공론화 과정 없이 일사천리로 밀어붙여지는 데 대해 수차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제발 이 문제로 편가르기 하지 말고 나라의 장래를 내다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 이전 계획 백지화를 포함하여 제3의 방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 국민 의견수렴과 함께 반대 논리도 개진할 기회를 공평하게 주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상식 이하의 언행을 하는 추진위원장의 해명도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