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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창완씨 공포의 스토킹 11년'찰거머리팬' 고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데도 계속 전화를 하거나 쫓아다니는 '스토킹 (stalking)' 피해를 당한 인기 연예인이 국내 처음으로 광적인 팬을 고소했다.

가수 김창완 (金昌完.44) 씨는 10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자신을 11년 동안 쫓아다니며 괴롭혀온 申모 (31.무직) 씨를 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A4용지 4장 분량의 고소장에는 그동안 金씨가 겪은 고통이 가득했다.

金씨가 申씨를 처음 만난 것은 87년. 申씨는 "가장 좋아하는 가수로 어려서부터 존경해 왔다" 며 접근, 金씨에게 작곡법을 가르쳐달라고 졸랐다.

申씨의 청을 거절하지 못한 金씨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몇 개월 동안 작곡법을 가르쳐줬다.

그러나 申씨는 이 정도에 그치지 않고 밤마다 "이야기를 들어달라" "몸이 아프니 돌봐달라" "내 애인을 함께 만나자" 는 등의 요구를 하며 전화를 걸어왔고 집과 방송국으로 따라다녔다는 것. 견디다 못한 金씨는 申씨를 피해 이사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세 차례 집을 옮겼고 10여 차례 전화번호를 변경했으나 申씨의 추적은 집요했다.

"만나주지 않는다" 며 94년에는 집에 침입해 金씨의 코뼈를 부러뜨렸고 지난달 30일에는 돌멩이로 집 유리창을 부쉈다.

金씨는 파출소에 10여 차례 신고도 해봤지만 즉결심판으로 구류를 살고 나온 申씨의 스토킹은 계속됐다.

지난 7일에도 행패를 부린 申씨가 구류 3일 만에 다시 나타나자 결국 金씨는 전화녹취록.진단서 등을 첨부해 고소하며 '접근금지조치' 를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고민에 빠졌다.

미국 등과는 달리 스토커에 대한 접근금지조치 법규가 국내에는 없기 때문. 담당 경찰관은 "폭력이나 협박 혐의 등으로 사법처리를 신중히 검토 중" 이라고 밝혔다.

한편 가수 존 레넌과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동성 (同性) 스토커에 의해 각각 암살과 납치를 당했으며,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는 국내 연예인 42%가 스토킹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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