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방사성 동위원소“의사가 훔쳤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원자력병원 방사성 동위원소 도난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10일 이 병원 전직 간호사의 신고로 도난당한 방사성 물질 전량을 회수했다.

경찰은 원자력병원 내과 레지던트가 최근 결혼을 요구하며 괴롭혀왔다는 이 전직 간호사의 말에 따라 의사가 치정극 끝에 벌인 범행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 회수 = 10일 오전 8시50분쯤 전직 원자력병원 간호사 安모 (34.여.경기도의정부시신곡동) 씨가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도난당한 방사성 동위원소 등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安씨는 "출근하는 남편을 태워다주기 위해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앞좌석 밑에 방사성 동위원소가 흩어져 있어 의정부시 용현초등학교 앞 재개발 공사현장에 일부를 버렸다" 고 말했다.

경찰은 공사현장과 安씨의 승용차에서 세슘 (Cs - 137) 7개.이리듐 (Ir - 192) 2백92개와 방사성 동위원소 장착도구인 어플리케이터 7개 등을 모두 회수해 원자력병원으로 옮겼다.

◇ 용의자 = 경찰은 원자력병원 내과 레지던트 3년차 의사 崔모 (32.서울중랑구묵동)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

경찰은 安씨에 대한 조사 결과, 유부남이었던 崔씨가 지난해 12월부터 이 병원 내과 간호사인 安씨와 가까이 지내왔으며 지난 3월 부인과 이혼한 뒤 결혼하자며 安씨에게도 이혼을 요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安씨는 지난 9월 퇴직했다.

崔씨는 지난 5일 오후 5시쯤 安씨 집을 찾아가 결혼을 요구하며 安씨의 목을 졸라 상처를 입히는 등 그동안 安씨를 계속 괴롭혀온 것으로 드러났다.

◇ 수사 = 安씨의 진술로 미뤄 경찰은 崔씨가 安씨의 변심에 앙심을 품고 해치기 위해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동위원소를 훔쳐내 安씨의 승용차 안에 뿌려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일부터 한달간 서울대병원에 교육파견 중인 崔씨는 방사성 동위원소 도난 사실이 알려진 9일 "고향집에 일이 있다" 며 휴가계를 낸 뒤 잠적했다.

경찰은 崔씨의 연고지에 수사대를 급파했다.

그러나 崔씨는 이날 오후 원자력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자신은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11일 경찰에 출두하겠다고 말했다.

崔씨는 지방 C대 의대를 92년 졸업한 뒤 인턴과 공중보건의 등을 거쳐 96년부터 원자력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일해왔다.

◇ 방사선 피해 = 경찰은 일단 安씨 부부와 崔씨 외에는 방사성 동위원소에 노출된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安씨 부부의 피해 여부는 원자력병원의 정밀 신체검사 결과가 나오는 11일께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전익진.최재희.김종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