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고교 시인 신동찬군 일곱번째 시집 나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사나운 밤결이/주위를 엄습한다/초저녁부터 떨어오던/가엾은 화단의 양민들은/이 싸늘이 밀려오는/포박 속에서 빠지려/안감힘을 쓰다/잔뿌리 여러 개가 땅 속으로 끊어져 내리다" (시 '레지스탕스' 중에서) . 시인 신동찬 (17) 군은 오늘의 고통을 풀뿌리의 저항, 즉 레지스탕스로 읽고 있다.

지금 대전고 2년생이다.

중학교 때부터 여러개의 상 (대산청소년문학상, 한국문인협회 운문부문 상, 성상청소년육성재단 예술대상 등) 을 받으며 시집을 내기 시작한 이래 벌써 일곱번째 시집 '작은 도시의 행복' (꿈이 있는 집 간행) 을 선보였다.

천재소년 시인이라는 타이틀로 대전에선 이미 유명세를 치를 정도. 지금은 대학입시 준비로 본격적으로 시작업에 매달리지 못하는 까닭에 가슴앓이 중이다.

자꾸만 치밀어오르는 시상을 쓸어낼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서인지 시인은 문득 반항의식을 드러낸다.

"손에 대한 불신/하늘에 대한 증오는 거짓이다/사실 하늘의 채찍은 내 부끄러운 머리칼이다/너무나 길고 긴/나는 계속 손을/내 얼굴 근처도 못오게 꽁꽁 묶어둘 것이다" (시 '현실의 독백' 중에서) . 하지만 시인의 세상보는 시각에는 일정거리가 놓여져 있다.

좀처럼 제발로 험한 세상에 발을 들일 심산이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감동은 공허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폴 발레리의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는 칼날 같은 시귀 한마디를 건지기 위한 치열성은 그래서 절실하다.

허의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